작은 도서관에서 '라벤더 향기'를 읽다

독서를 하지 않아도 독서를 하는 듯한 특별한 감성과 정서 체험

2025-09-24     성미경
▲ 국동 작은 도서관 독서의 날 행사 ⓒ성미경

독서는 대화다. 작가와의 대화이며,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작가의 생각에 집중하기도하고 논리와 주장에 공감하기도 한다. 때론 작가의 감성에 스며들거나 작가의 정서와 교감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서를 하지 않고도 자신을 읽고 자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독서 못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여수 관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의 계절을 맞아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나만의 석고 디퓨저 만들기’ 행사다. 방법은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 디퓨저 만들기에 사용할 물감과 여러 색깔의 끈 ⓒ성미경

장미, 다알리아, 소국 등의 꽃이 조각된 석고 모형 중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고른다. 다음에 그 모양에 자신이 원하는 색깔의 물감이나 마카로 색칠을 한다. 석고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향을 고른다. 에이프릴 후레쉬, 클린 코튼, 라벤더, 아카시아, 후리지아 등의 향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골라 색칠한 석고 뒷면에 두~세 방울 정도 콕콕 부린다. 마지막으로 여러 색깔의 끈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끈을 골라 묶으면 나만의 디퓨저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디퓨저는 책상 위 침대 옆, 서랍 속 어디에 두어도 은은하게 향이 퍼지는 나만의 디퓨저가 된다. 향이 약해지면, 좋아하는 향수나 방향제를 살짝 뿌려주면 된다.

필자가 속한 동아리 회원 몇몇은 오늘 국동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지 않고도 독서를 하는 것 같은 특별한 체험을 했다.

독서를 하기 전 책을 고르 듯, 디퓨저 모양을 고르고, 독서에 심취하듯 색깔을 고르고 색칠하는 작업에 빠져들었다. 필자는 다알리아를 고르고 보랏빛과 다홍빛, 노랑과 초록을 골랐다. 향은 라벤더 향을 고르고, 끈은 빨강을 골랐다.

▲ 국동 작은 도서관 독서의 날 행사 ⓒ성미경

이벤트에 함께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꽃과 색과 향을 고르는 여러 선택의 과정 끝에 자신의 취향과 감성이 드러나는 자신만의 디퓨저를 완성했다.

작은 도서관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디퓨저 만들기 이벤트는 독서를 하지 않고도 독서를 하는 듯한 특별한 감성과 정서를 느끼게 했다. 독서가 어느 정도 작가의 생각에 피동적으로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면, 디퓨저 만드는 체험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선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독서와는 다른 재미와 의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작은 작품을 만드는 데도 순간 순간 선택이 필요하고 그 선택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와 결과가 정해지듯,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이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그 안에 크고 작은 선택이 주어지고. 그 선택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