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여수 서시장, “전집 원조는 사랑빵집이에요”
고향으로 내려오는 단골들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해 명절이면 꼭 찾아와 사람 발길은 줄었지만, 불판 위의 전과 손끝의 온기만큼은 여전히 뜨거워
여수 서시장, 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는 빵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노릇노릇 전이 불판 위에서 익어가고, 그 위로 명절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여기가 전집 원조에요. 우리 며느리까지 같이 해요.”
4일 40년 넘게 명절이 되면 서시장에서 전을 굽는다는 한 상인이 활짝 웃었다.
“예전엔 점심 지나면 싹 팔렸는데… 요즘은 반도 못 나가요.”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도 서시장은 내 청춘이 다 있는 데라 하루라도 불 안 켤 수 없어요”라며 묵묵히 뒤집개를 움직였다.
이 전집의 이름은 다름 아닌 ‘사랑빵집’. 지금은 여수꿀빵으로 더 유명하지만, 사실 이곳은 서시장 전집의 원조다. 빵집을 하기 전부터 40여 년 넘는 동안 전을 부치며 장사를 이어왔다.
고향으로 내려오는 단골들이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해 명절이면 꼭 찾아와 전을 사간다. 그래서 사랑빵집은 명절 때마다 단 3일간만 ‘전집’으로 돌아간다.
추석 전 사흘 동안 불을 켜고, 각종 전을 부쳐 단골고객에게 판매한 뒤 다시 빵집으로 돌아온다.
“조미료를 거의 안 써요. 다시물로 감칠맛을 내고, 참기름은 직접 짜서 써요.”
사장은 기름 냄새 속에서도 자부심이 묻어났다.
“요즘 전라도만 이렇게 산적을 해요. 서울이나 부산은 미니산적을 하죠. 근데 우리는 옛날 방식 그대로예요.”
그의 말처럼, 불판 위엔 큼지막한 소고기 육전과 알록달록한 산적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큼지막한 소고기 전과 산적 한 점 한 점에서 정성이 오롯이 느껴졌다.
“이건 6천 원, 큰 건 8천 원이에요. 소고깃값이 비싸도 맛있게 해드려야죠.”
그는 가격을 설명하며 웃었다.
“명절 전날까지 팔아요. 내일이면 끝이에요. 설이 돌아올 때까지 또 못 먹어요.”
기자가 “그럼 이건 명절 한정 전이네요?” 묻자, “그렇죠. 추석 이후에 와도 헛걸음이에요. 명절 지나면 안 해요”라며 웃었다.
기름 냄새 속에서 분주한 손놀림이 이어졌다. 시장 한켠에서 묵묵히 전을 부치는 그의 모습엔 오랜 세월 장터를 지켜온 사람의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사람 냄새 나는 여수 서시장. 사람 발길은 줄었지만, 불판 위의 전과 손끝의 온기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