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월척(하늘 바람)을 낚다, 하늘 강태공 김윤수 씨

하늘에 ‘선녀연’을 띄운 하늘 강태공의 특별한 취미

2025-10-09     조찬현
▲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낚싯대 연으로 하늘에서 월척(하늘 바람)을 낚는 낚시꾼 김윤수 씨. ⓒ조찬현

하늘에서 선녀가 춤을 춘다. 손끝에 닿은 실줄을 따라 연은 유유히 바람을 탄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손에는 연 물레가 아닌 낚싯대가 들려 있다.

4일 이순신광장에서 낚싯대를 든 어르신(80.김윤수)이 하늘을 보며 줄을 당긴다. 언뜻 보면 바다 대신 하늘을 향해 낚시를 하는 모습이다.

“이거요, 2년 전 제가 처음 만든 ‘선녀연’ 날리는 낚싯대예요.”

그는 자신을 ‘하늘 강태공’이라 소개했다. 바람과 싸우는 대신, 바람을 벗 삼아 연을 띄우는 낚시꾼이다. 낚싯대로 연을 띄운다.

“저 위에는 바람이 없어요. 밑에는 골목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하늘은 조용해요.”

그가 낚싯줄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자 연은 하늘 한가운데에서 바람을 받아 곧게 선다.

“외롭죠. 근데 저게 딱 떠 있으면 같이 있는 느낌이에요.”

▲ 하늘에서 선녀가 춤을 춘다. 손끝에 닿은 실줄을 따라 연은 유유히 바람을 탄다. ⓒ조찬현

그가 오늘 띄운 연은 ‘선녀연’이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연이다.

“그림이 선녀예요. 여자 한복을 형상화해서 한복천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선녀연’이라 불러요.”

연은 천으로 제작됐다. 그는 처음엔 종이연으로 시작했지만, 바다에 빠질 때마다 찢어지고 사라져버렸다.

“종이는 금방 망가져요. 그런데 천으로 만들면 물에 빠져도 건져 올려서 탈탈 털면 다시 날아올라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여자 한복천이 가볍고 단단하거든요.”

하늘에 띄운 대어(大魚), 낚시광이기도 한 그가 낚시하다 이 연을 구상했다고 한다.

“바다에서 고기를 낚듯, 하늘에서도 뭔가 낚을 수 있겠다 싶었죠.”

연을 띄우는 동안 그는 바람의 결을 읽는다.

“바람이 조금만 불면 그대로 서 있어요. 하루 종일 떠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땐 그냥 묶어두면 돼요.”

▲ ‘선녀연’이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연이다. ⓒ조찬현

연이 높이 오를수록 마음도 함께 들뜬다.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가면요, 마치 큰 고기를 낚은 느낌이에요. 줄이 휘고, 하늘에서 뭔가 ‘탁’ 잡히는 그 기분이 있죠.”

그에게 하늘 낚시는 하루도 쉼이 없다. 낚싯줄을 잡은 손끝에서, 그는 바람의 힘과 자신의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

“연이 멀리 올라가면요, 내가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기 낚을 때보다 더 짜릿하죠.”

하늘에서 낚은 건 물고기가 아니라, 고요와 자유였다. 그는 오늘도 하늘을 향해 낚싯대를 던진다. 하늘의 바람을 낚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강태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