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사건 77주기, 오페라와 미술제로 되새기다
창작오페라 '침묵 1948'부터 여순 10.19평화 인권미술제, '소년이 온다' 전시까지
여순 10.19사건 77주기를 맞이하여 필자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일 여수 예울마루에서 공연된 창작오페라 '침묵 1948'을 관람했다. 지난 18일에는 의미 있는 두 곳의 미술제, 전시회에 다녀왔다.
여순10.19 평화 인권 미술제
여순10.19 평화 인권 미술제는 올해 4회째 행사다.지난 1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장 국제관 B동에 마련된 미술제이다. 제주의 탐라미술인협회와 여수민족미술인협회의 미술 교류전이다.
전국 44명의 미술가가 참여했다. '여순10.19'를 주제로 하는 역사적 재평가와 '제주4.3사건' 및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다. 한국 근현대사의 국가권력에 대한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면서 화해, 상생, 평화, 인권을 생각해 보게 한다.
국내 미술가 44명의 100호 내외의 대작 44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마다 작가들의 제주 4.3사건과 여순 10.19를 대하는 마음의 진정성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했다. 작품에서 그때의 참혹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한숨이 나오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배우들도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그 역할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한동안 힘들다고 한다. 44명의 작가도 작품을 완성하면서 작품에 몰입되어 얼마나 많이 힘들고 아파했을지 감히 짐작하게 했다. 국가권력의 만행에 대한 여러 작품은 여기에 담지 못했다. 직접 관람하며 마음으로 느껴보길 권한다.
이인혜 작가의 <소년이 온다>
여수시 웅천동 소재 '빛과 소금'이라는 갤러리에서 지난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소년이 온다>는 5.18의 이야기이다. 이인혜 작가는 "5.18과 여순 10.19사건은 맞닿아 있다"고 했다.
작품 속 동호의 눈망울이 아직도 필자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다. 사실적 효과를 내기 위해 작품마다 10번 정도의 덧칠을 했으며, 1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작가는 덧붙였다. 작품을 맞이하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며 마음이 경건해졌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가슴이 '쿵!' 했다.
창작오페라 '침묵 1948'
1948년 10월, 바람과 하늘, 그리고 사람들의 숨결마저 붉게 물든 시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남아 절규하며 부르는 어린 아이의 "아버지" 소리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혼자 살아남아 '빨갱이'라 놀림 받으며 귀를 틀어 막는 장면에서는 화가 치밀었다. 거기다 주변의 '침묵해라, 침묵해라'에 절망하는 모습에서는 더 이상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남아있는 유족들은 그동안 침묵을 강요 당해 왔다.더 이상 남아있는 유족들에게'침묵'을 강요하지 말고, 말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아직 미술제, 전시회는 관람 기간이 남았다. 현장에서 감동을 느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아픈 역사를 잘 승화해 열연해 준 오페라 단원과 전시회를 열어준 이인혜 작가, 전국 44명의 작가 모두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