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수섬슐랭 페스타, ‘생로병사 상차림’으로 인생의 맛 그리다
백일상·돌상·성년상·제례상·사자상 전시...섬 음식 통해 여수의 삶과 정서 조명 김명진 원장 “섬사람들에게 음식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기억과 그리움의 매개체”
바다의 신선함과 섬 고유의 맛을 담은 2025 여수섬슐랭 페스타가 11월 1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엑스포디지털갤러리(EDG)에서 열렸다.
‘섬슐랭’은 ‘섬’과 ‘미슐랭(Michelin)’의 합성어로, ‘최고의 섬 음식 가이드’를 의미한다.
이번 행사는 여수의 청정한 섬 식재료와 전통 음식 문화를 전시·체험·공연으로 소개하는 신규 미식 축제로 마련됐다.
섬슐랭 전시관, 생로병사 ‘인생의 상차림’ 선보여
행사의 주 무대인 섬슐랭 전시관은 ‘부엌, 정성을 짓다’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전시장에는 섬의 전통 조리 도구와 생활 식문화, 그리고 인생의 여정을 담은 상차림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음식으로 표현한 통과의례 상차림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태어남을 기념하는 백일상과 돌상, 성장과 독립을 상징하는 성년상, 조상을 기리는 제례상, 삶의 끝을 의미하는 사자상까지, 한 사람의 일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한자리에 진열됐다.
전시를 기획한 김명진 원장(여수향토요리문화학원)은 “섬사람들에게 음식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기억과 그리움의 매개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어머니의 손맛과 섬마을의 정서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 조리 도구와 부엌문화…“정성의 미학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섬사람들의 생활과 조리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코너가 함께 마련됐다.
‘눌리고 뒤집다’ 코너에서는 전을 부치거나 찌개를 조리할 때 쓰이던 뒤집개와 전통 도구를, ‘무게를 재다’ 코너에서는 저울과 부피·밀도를 측정하던 기구를 전시했다.
이어진 ‘밥을 짓다’ 코너에서는 놋화로와 풍로 그리고 크기별 무쇠솥과 가마솥을, ‘장을 담다’ 코너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장 항아리를 전시해 섬 부엌의 지혜와 정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김 원장은 “여수의 365개 섬과 7개 권역의 대표 음식을 토대로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며, “섬의 부엌이 가진 정성과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전통음식 시식으로 확대”
김 원장은 또 “내년 열릴 섬 박람회에서는 고문헌과 고조리서를 기반으로 한 전통 음식 재현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에는 준비 기간이 촉박해 시식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여수 섬의 전통 덮밥 등 지역 특색을 살린 시식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수섬슐랭 페스타는 섬 고유의 음식문화와 생활도구, 통과의례 상차림을 통해 여수의 섬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전통과 현대 미식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