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 '때'를 믿고 '때'를 기다리기

삶에는 적정한 때가 있다. 때를 알고 기다리는데 필요한 건 마음의 여유

2025-12-07     주경심
▲ ⓒ출처: PIxabay

돌돌 말린 이파리가 올라 온 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혹시 오늘은 펴 졌으려나 기대를 갖고 출근을 해봐도 도통 말린 잎이 펴질 기미가 없다.

조바심을 낸다고 펴 질 이파리가 아닌것도 알고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본 들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극락조에게 말을 붙여보며, 요리조리 살펴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부답 꼼짝을 않는다.

작년 이맘때였다. 돌돌 말린 극락조 이파리가 꿈틀대기는 하는데, 도통 펴질기미가 없어서 억지로 이파리를 펴주려다가 그만 찢어버리고 말았다.

투명테이프를 가져다 부쳐도 한 번 찢어진 이파리는 그대로 찢어 진 채로 펴 졌고, 내내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 이파리를 볼 때마다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 ⓒ: PIxabay

그러니 지금의 이 조바심도 쓸데없는 짓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후라이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비도 마찬가지다. 고치를 찢고 나오는 과정에서 날개에 힘이 생겨 비로소 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힘겨워 보인다고 해서 도와주면 고치를 찢고 나오는 순간 나비는 날지 못한 채 땅으로 추락해버린다.

누구나 들어본 진리이고, 우스갯소리지만내 삶에 적용하기는 참 어렵다. 어쩌면 몰라서가 아니라 알기 때문에 더 힘든지도 모른다. 왜?

그럼에도 누군가는 빨리 가고, 누군가는 성공이란걸 해내고 있는걸 매스컴이나 친구엄마 또는 아들친구를 통해 귀로 듣고,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 ⓒ: PIxabay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습 및 생활적응에 필요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부모에게 전달하면서 상담사로서, 그리고 먼저 아이를 키워 본 앞세대로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때”에 대한 이야기다.

앞에서 끌어당기는 부모가 아니라 최소한 나란히 걸을수 있는 부모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게다가 내 아이가 남들 보다 뒤쳐진다고 느껴지면 그것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새 부모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아이를 통해 내 문제를 만났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빨리해라, 제대로 해라, 똑바로 해라하며 채근하고, 보채고, 조바심을 낸다.

어른의 맥박수와 아이의 맥박수가 다르듯 삶을 배우는 속도가 다름에도 부모의 속도보다 더 빨리 배우기를 강요하면 아이들은 속도가 느는 대신 무기력을 먼저 배워버린다.

'내가 아무리 해도 안되는구나!' 이제부터 부모가 입술 위에 얹어야 할 말은 ‘천천히 해라, 쉬었다 해라, 편안하게 해라, 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생각하고 하고싶을 때 해라’였으면 한다.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아이가 해내면 그것이 무엇이건 최고의 속도가 된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아이가 해내면 그것은 무엇이건 성공경험이 된다.

성장에는 방향과 속도가 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속도만 좇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 학교의 기대, 세상의 속도에 맞추느라 학원으로 학교로 다니기 바쁘다.

스스로 가야할 방향도 찾지 못한채 떠밀려서 가다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고, 그제서야 자신이 원하던 방향, 유토피아, 가치관이 아님을 알게된다.

‘대학만 들어가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자신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고 ‘100점만 맞으면 다 된다’고 했는데 맞는게 없다. ‘부모말만 잘 들으면 아무 문제 없다’고 했는데 아이는 부모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 ⓒ: PIxabay

'빨리빨리‘가 중요하지 않다. 어디를 향해 갈지, 어떻게 갈지가 더 중요하다.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않는 상처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도 간섭할수 없는 그 사람만의 ‘소망’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망, 건강하게 노후를 맞고 싶은 소망, 인생에 꼭 한번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은 소망, 이런 소망들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가벼워 보일수 있지만 그런 소망조차 없이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이기려고만 했던 사람들은 작은 생채기와 좌절에도 크게 넘어지게 된다.

‘내가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하지?’ ‘내 인생은 왜 항상 이 모양이지?’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 쓸모없는 인생’ 이라고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타인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2025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 동안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춰 사느라 허덕이고 있었지만 남은 한 달 정도는 나의 호흡을 찾고, 그 호흡에 맞춰 살았으면 한다.

지금 좀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아직 때가 안 된것이고 지금 더 만족스럽다면 그건 나의 때가 지금 인 것이다. 사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지만 봄에 피는 꽃이 겨울에 피는꽃을 시샘하지 않는다. 각자의 ‘때’가 올 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을 잘 다지며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