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고무줄 잣대’ 현수막 행정 논란… “시장님은 되고 도부의장은 안 되나?”

공문 통해 ‘1월 4일까지 자진 철거’ 안내하고도 이광일 부의장 현수막만 강제 철거 정기명 시장의 새해 인사·출판기념회 현수막은 ‘무사’… 형평성·중립성 도마 위

2025-12-30     조찬현
▲ 여수시 새해 인사 현수막 자제 공문 ⓒ이광일 부의장 제공

여수시가 스스로 정한 현수막 운영 기준을 뒤집고 특정 정치인의 현수막만 선별적으로 철거해 ‘표적 행정’ 및 ‘선택적 행정’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시정의 수장인 정기명 여수시장의 현수막은 규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 행정의 형평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철거 자제’ 공문 보낸 여수시, 민원 한 마디에 ‘원칙’ 폐기

논란의 시작은 여수시가 지난 11일 각계에 발송한 공식 공문이다.

당시 시는 “새해 인사 현수막 게시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면서도, “12월 27일 이후 설치된 현수막은 2026년 1월 4일까지 자진 철거해 달라”고 명시했다.

즉, 내년 초까지는 새해 인사 현수막 게시를 일정 부분 보장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시 스스로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여수시는 이 지침을 믿고 27일 이후 현수막을 내건 이광일 전라남도의회 부의장의 현수막에 대해 “민원이 접수됐다”는 이유로 전격 철거에 나섰다. 시가 정한 자진 철거 기한(1월 4일)이 일주일가량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만든 기준을 무력화하며 특정 인사의 현수막만 제거한 것이다.

시장님 현수막… 출판기념회 홍보까지 가세

반면, 정기명 여수시장의 현수막 행정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시장은 현재 시내 곳곳에 새해 인사 현수막은 물론, 일반적인 의례를 넘어선 ‘출판기념회 홍보’ 현수막까지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이광일 부의장은 이에 대해 “공문에는 새해 인사 현수막에 한해 기한을 정해줬는데, 시장의 출판기념회 홍보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상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시가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시장의 현수막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철거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시장 본인이 자진 철거하지 않고 시청의 행정력을 동원한다면 이는 행정력 사유화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행정 신뢰는 기준 지킬 때 생기는 것” 비판 고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 정가와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행정기관이 공문을 통해 대외적으로 약속한 기준을 특정 상황에 따라 번복하는 것은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은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현수막 문제가 아니라, 여수시 행정이 스스로 세운 기준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라며 “행정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원칙을 지킬 때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선거철을 앞두고 예민해진 시기에 발생한 이번 ‘선택적 현수막 철거’ 논란은 향후 여수시의 행정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가 제기된 형평성 논란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