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편지'

2025-12-31     장수연
▲ 제사상에 절 올리는 모습 ⓒ장수연

이 글이 너희의 손에 닿을 때쯤, 나는 이미 이 세상의 소임을 다하고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 있을 것 같구나. 갑작스러운 이별로 너희의 마음이 너무 깊게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내 생의 마지막 인사를 차분히 적어 내려간다.

나의 든든한 버팀목인 남편 OOO, 그리고 사랑하는 OO이와 OO, 사위 OOO와 며느리 OOO, 그리고 나의 보석 같은 손자 OO, OO, OO에게.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 우리가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륜의 축복이었다. 

거기에 귀한 인연으로 들어온 OO와 OO이, 그리고 우리 집안의 희망인 세 손자 아이까지. 너희 7명은 내 삶의 모든 이유였고, 너희 덕분에 나의 자존감은 언제나 하늘을 찌를 듯 당당할 수 있었단다. 너희가 보여준 건강한 정신과 강한 책임감은 이 엄마의 가장 큰 자부심이었다.

돌이켜보면 한때 병마의 그림자가 드리워 죽음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하던 때도 있었지. 다행히 수술 후 선종이라는 결과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그날, 나는 깨달았다. 

인간은 결국 혼자 가는 존재이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행운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너희들 덕분에 그 다짐을 멋지게 완수하고 떠날 수 있게 되었구나.

내가 남긴 집과 재산은 남들에 비하면 작게 느껴질지 모르나,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타지에서 검소하게 살며 일궈낸 나의 정직한 땀방울이자 인생의 훈장 같은 것이란다. 

나는 내 스스로를 언제나 '명품 수연'이라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너희도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지. 물질이 남긴 흔적 때문에 형제의 우애가 흐려지는 것만큼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단다. 칠순 때 일러두었던 당부를 기억하며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나누길 믿는다.

사랑하는 내 모든 자녀들아. 너희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고, 늘 마음이 꽉 찬 느낌이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하느님 곁에서도 너희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영원히 기도하마. 

부디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바른 삶을 살아다오. 인생은 길단다. 많이 체험하고, 잘 먹고, 건강하게 살다가 훗날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 너희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보람되게 살았는지, 손주들에게 얼마나 멋진 미래를 물려주었는지 웃으며 이야기해다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살아가며 꼭 의지할 곳을 찾으라는 점이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하느님이라는 절대자에게 기대어 감사함을 배우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지혜였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너희의 삶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된다면, 홀로 남은 아버지를 부디 극진히 모셔다오. 아버지의 뜻을 잘 따르고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나에 대한 마지막 효도라 여겨다오. 성품이 너무 고운 아버지한테는 말을 조심히 해야 한다. 

그동안 함께 한 희로애락이 얼마나 많나. 하고 싶은 말은 태산 같지만 떠날때는 말없이 라는 노래 가사처럼 이만 줄일게.

그리고 나의 장례식에는 조의금 함을 두지 말고, 혹시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오신 귀한 분들이 계시면 정성을 다해 대접해 주길 바란다.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 너희가 내 가족이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슬퍼하지 마라 가야할 길을 가고 있으니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