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남편의 첫 마디 "떡국 주세요"
새해 아침, 휴대전화가 까똑까똑거린다. 사방에서 날아든 일출 사진들. 새해 인사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 타고 만사형통하세요!"
"말의 해! 희망찬 새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런데 집 안에서 들려온 새해 첫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떡국 주세요!"
자고 일어난 남편의 첫 마디였다. 그렇게도 나이가 먹고 싶을까 싶기도 하고, 뭔가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는 나와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친정 식구들보다도 친한 친구보다도 자식보다도 가장 오래 나와 시간을 나눈 사람.
"어디다 놔도 흠잡을 데 없는 내 아들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말씀이 떠오를 때면 나는 남편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짓곤 한다 .
그런 남편이 새해 첫 인사가 "떡국 주세요!"라니. 그도 멋쩍었는지 "뽀뽀 해줄 테니 얼른 떡국 줘!" 하며 냉큼 다가와 뽀뽀를 한다.
그 모습이 우스워 나는 얼른 냄비를 올렸다. 떡국은 한 해가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루룩, 후루룩 한 살을 먹는 음식이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아, 정말 예순이 되었구나.
예순이 되었다고 삶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아침밥을 차리고 남편을 부른다.
물론 나도 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떡국 한 그릇 앞에서 남편을 부르는 일, 그것이 행복이며 새해의 시작이라는 것을...
딸아이와 사위에게서 새해 인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위가 끓였다는 떡국. 참 정갈해 보였다. 맛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참, 우리 때와 다르긴 다르다.
남편도 사위가 떡국을 끓여줬다는 딸의 말에 무척 좋아하며 웃는다.
내년 첫 인사를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