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도심 점령한 정치 현수막... 시민들 "출근길마다 스트레스"
여수환경련,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도시 경관 훼손 지적 "여수의 거리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공간"
여수 시내가 정치 현수막으로 뒤덮이면서 환경 문제와 행정 형평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전면전을 선언했고,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 "쓰레기 양산" 강력 비판
여수환경운동연합(이하 여수환경련)은 2일 SNS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여수 시내가 정체불명의 정치 현수막으로 뒤덮여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도시 경관이 처참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정치권의 즉각적인 자제를 촉구했다.
환경련은 이번 사안의 핵심을 '환경 파괴'로 규정했다. 현수막의 주성분인 폴리에스터 등 플라스틱 합성수지는 제작부터 폐기까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 처리된다는 것이다.
단체는 "기후위기 시대에 정치권이 앞장서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찍어내는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며 "해양관광도시 여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처리 비용까지 시민 혈세로 감당하는 비상식적 구조"라고 비판했다.
현재 여수 시내 곳곳은 도로 양옆과 교차로, 심지어 인도 주변까지 현수막이 줄지어 내걸리면서 '현수막 홍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시민은 "출근길마다 보이는 현수막들이 스트레스"라며 "정치인들끼리 싸우는데 왜 우리 거리가 쓰레기장이 돼야 하느냐"고 분노를 표했다.
여수 학동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도 "거리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의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 경쟁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여수시 '선택적 행정' 논란 가중
환경 문제에 더해 여수시의 행정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여수시가 스스로 정한 기준을 뒤집고 특정 정치인의 현수막만 선별적으로 철거해 '표적 행정'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수시는 지난 11일 공문을 통해 "12월 27일 이후 설치된 현수막은 2026년 1월 4일까지 자진 철거해 달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 기한이 일주일가량 남았음에도 이광일 전라남도의회 부의장의 현수막에 대해서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이유로 전격 철거에 나섰다.
반면 정기명 여수시장의 새해 인사 현수막은 물론, 출판기념회 홍보 현수막까지 시내 곳곳에 게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광일 부의장은 30일 "공문에는 새해 인사 현수막에 한해 기한을 정해줬는데, 시장의 출판기념회 홍보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상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시가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시장의 현수막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철거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시장 본인이 자진 철거하지 않고 시청의 행정력을 동원한다면 이는 행정력 사유화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수 환경단체, 3대 해결책 제시
여수환경련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첫째, 여수시는 불법 현수막을 예외 없이 신속 철거하고, 수거·운반·처리 비용 전액을 설치 주체에게 부담시켜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현수막 게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자정 원칙을 공개 발표해야 한다.
셋째, 시의회와 국회는 정당 현수막 총량제 및 장소 규제 조례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여수환경련 관계자는 "여수의 거리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공간"이라며 "정치권이 지금 당장 쓰레기 공해를 멈추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수막 정치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여수에서도 '현수막 없는 청정 거리'를 지정하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시는 이미 청정거리를 지정해 확대 운영 중이다.
정치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NS나 온라인 홍보 등 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여수시와 지역 정치권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향후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