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정유공장 곁인데 왜 더 비싸?”… 여수 기름값의 역설, 이유는?

97년 가격 자유화 이후 ‘사장님 결정’… 지역 고물가 구조 반영 여수 휘발유값, 인근 순천·광양보다 리터당 수십 원 비싸 시민단체 “산지 이점 전혀 없는 가격 구조, 담합 의혹 조사해야”

2026-01-13     조찬현
▲ 여수 선원동 NH-OIL 여천농협주유소 12일 휘발유와 경유 가격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조찬현

여수국가산단에 세계적 규모의 정유시설을 보유한 여수시. 하지만 정작 여수 시민들은 “기름 공장을 옆에 두고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기름을 넣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2일 본지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여수 시내 주유소 가격은 인근 도시는 물론 전국 평균보다도 높게 형성되는 ‘기름값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었다.

숫자로 증명된 역설… “옆 동네보다 왜 비싼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여수 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인접한 순천시나 광양시와 비교해 리터당 20원에서 많게는 5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 공장에서 주유소까지의 거리는 여수가 가장 가깝지만, 가격은 가장 비싼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장 출하가(공급가)는 전국이 거의 동일하며, 최종 판매가는 주유소 사장이 결정한다”며 “여수는 산단 종사자의 높은 구매력과 관광객 수요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낮아 고단가 정책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의 뿌리는 1997년 도입된 ‘가격 자유화’에 있다. 과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던 시절에는 전국 어디나 기름값이 같았지만, 현재는 주유소 사장이 마진을 자유롭게 정한다.

문제는 여수의 전반적인 물가가 높다 보니 주유소들도 이를 근거로 높은 마진을 붙인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만난 한 주유소 관계자는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분, 그리고 세차 서비스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 “사실상의 담합 의심… 지자체 감시 강화해야”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오늘의 유가(1월 12일) 정보다. ⓒ오피넷 캡처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수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류비가 거의 들지 않는 산지에서 오히려 가격이 비싼 것은 주유소 간의 암묵적 가격 담합이 아니고서야 설명하기 어렵다”며 “지자체가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는 없더라도, 정기적인 유가 점검과 담합 여부 조사를 통해 시장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수시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착한 가격 주유소’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가격 하락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기름값 ‘오를 땐 빛의 속도, 내릴 땐 저속’… 소비자만 봉?

소비자들은 유가 하락 시기의 느린 반영 속도에도 분노하고 있다. 유가가 오를 때는 재고가 있어도 즉각 가격을 올리면서, 내릴 때는 “비쌀 때 받아온 기름이 남았다”며 반영을 늦추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는 주유소 운영자가 손실은 피하고 이익은 극대화하려는 ‘개인 사업자’의 특성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주유소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더 ‘깐깐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피넷 앱 활용 : 실시간으로 가장 저렴한 주유소 찾기
셀프 주유소 이용 : 인건비가 빠진 합리적 가격 선택
지역 화폐 결제 : 여수사랑상품권 등을 통해 실질 할인 혜택 활용

여수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유가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주유소 협의회 등과 간담회를 통해 자발적인 가격 안정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여수시 95개 주유소 위치다. ⓒ오피넷 캡처

최병용 도의원 “정유시설 인접 지역의 희생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한편, 전라남도의회 최병용 보건복지환경위원장(더불어민주당, 여수5)이 대표 발의한 ‘지역 형평성 제고를 위한 유류 가격 차등제 도입 촉구안’이 앞서 지난 6월 17일 제391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 위원장은 여수국가산단 등 주요 정유시설이 밀집한 전남 지역 주민들이 대기오염, 악취, 화학사고 위험 등 심각한 환경적·사회적 피해를 상시 감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유류 생산지임에도 유통망 부족 등을 이유로 대도시보다 높은 유류비를 지불하고 있는 현 상황을 ‘명백한 역차별’로 규정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정부에 유류 가격 차등제, 교통세 지역 차등제, 소비자 보상제도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정유시설 인접 지역의 희생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며, “운송 거리와 환경 부담을 공정하게 반영하여 전국 어디서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유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