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특별기획] 여수 금죽도, 재선충병에 전멸한 '붉은 소나무'

‘여수 섬 학교’ 수료생 및 시민 23명 현장 탐방 실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기원하며 섬의 가치와 생태계 점검

2026-01-28     조찬현
▲ 여수 금죽도, 재선충병에 전멸한 소나무 군락지다. ⓒ조찬현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며 여수향토요리문화학원(원장 김명진)에서 여수 섬의 인문학적 가치를 탐구해온 ‘여수 섬 학교’가 지난 27일, 금죽도 현장 탐방을 끝으로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여수시민과 교육생, 운영진 등 23명으로 구성된 탐방단은 이날 소경도 대합실에서 출발해 소경도를 거쳐 금죽도에 입도했다. 이번 탐방은 이론으로 배운 섬의 역사와 식문화를 바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 섬 탐방객들이 여수 금죽도 섬에 오르고 있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재선충병에 전멸한 소나무가 가장 먼저 반긴다. ⓒ조찬현

금빛 대나무 설화 간직한 ‘금죽도’

금죽도(金竹島)는 문헌상 ‘이대(신의대)’가 햇볕을 받으면 금빛으로 변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날 탐방단이 마주한 섬의 풍경은 이름만큼 찬란하지 못했다.

이유는 섬 전역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인해 붉게 말라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 김종길 숲해설사가 대나무 5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찬현

동행한 김종길 숲해설사는 “금죽도 섬의 소나무가 사실상 전멸 상태”라며 “관광지인 오동도와 달리 외곽 섬들은 관리 손길이 미치지 못해 재선충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실제로 섬 주민 김채봉 씨는 “10여 년 전 태풍 이후 조금씩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최근 2년 사이에 섬 전체 소나무가 확 가버렸다”며 “시에서 안전을 위해 고사목 몇 그루를 베어내긴 했지만, 체계적인 방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피어난 생명의 신비

▲ 김종길 숲해설사가 감태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찬현

소나무의 전멸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섬의 생태계는 저마다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탐방단은 섬 곳곳에서 독특한 식생을 관찰하며 섬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탐방로에서 만난 감태나무는 낙엽이 지지 않고 겨울을 난 뒤 새싹이 나올 때 비로소 잎을 떨궈 ‘모성애가 강한 나무’로 불린다. 벌레들이 지방 분해 성분을 알아채고 먹지 않아 깨끗한 잎을 유지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천선과(젖꼭지나무)는 ‘하늘의 선녀가 먹는 과일’이라는 이름처럼 독특한 모양의 열매를 맺어 눈길을 끌었다.

▲ 여수 가막만의 가막섬이 보이는 곳에서 찰칵~! ⓒ조찬현
▲ 금죽도에서 즐거운 점심 시간, 뭍에서 음식을 준비해갔다. ⓒ조찬현

푸르름이 가득한 대나무(이대)는 식물학적으로는 ‘풀’에 해당하지만,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대나무의 특성과 선비들의 일화가 소개되어 흥미를 더했다.

이제 갓 꽃을 피우기 시작한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은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이 꽃은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의 ‘지금(地錦)’이라는 아름다운 한자명으로도 소개되었다.

▲ 섬에서 갯바람에 생선을 말리고 있는 풍경이다. ⓒ조찬현

섬 박람회 앞두고 체계적 관리 절실

▲ 여수 금죽도, 재선충병에 전멸한 소나무다. ⓒ조찬현

이번 탐방은 단순히 섬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기후 변화와 질병으로 변해가는 섬 생태계의 민낯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종길 해설사는 “소나무는 다 말라 죽었지만, 섬 주인이 가꾼 둘레길과 까막섬 조망권 등 금죽도만의 매력은 충분하다”면서도 “당국이 식생 관리와 보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 섬 학교 관계자는 “지난 한 달간 365개 섬의 가치를 조명하고 45개 유인도의 먹거리를 체험한 시간들이 섬 박람회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수 섬의 아름다움과 현안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여수 섬 학교’ 수료생 및 시민 23명이 금죽도 현장 탐방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구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