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 마음의 귀소본능, 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이 그리운 이유
마음의 귀소본능, 우리는 왜 자꾸 ‘돌아가고 싶어질까요?
설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괜히 분주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감정의 기복이 커지고, 평소보다 쉽게 지치거나 예민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설은 따뜻한 위로의 시간으로 다가오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리움과 부담이 동시에 몰려오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힘들 때 종종 “집에 가고 싶다”, “고향 생각이 난다”는 말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성공의 순간에도 같은 방향의 언어를 쓴다는 것입니다. ‘금의환향’이라는 표현처럼, 삶의 중요한 장면마다 우리는 왜 ‘돌아감’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까요. 고향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장소를 넘어, 심리적으로 안정을 회복하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철새나 연어가 긴 여정을 거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인간의 마음과도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게 귀소본능이 생물학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불안해 질수록 익숙한 정서로 돌아가려는 마음의 움직임은 분명 존재합니다. 오늘은 이를 ‘마음의 귀소본능’이라는 표현으로 풀어보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그리운 나의 집,
"고향"에 대한 심리적 고찰
Q. 우리는 왜 불안해질수록 ‘돌아가고 싶다’고 느낄까요?
A.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정서적 안전'기지'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대상관계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세상을 탐색하다가 불안해질 때 양육자에게 돌아가 위안을 받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마음속에는 “세상은 불안할 수 있지만, 돌아가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감각이 자리 잡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얼마나 빨리 독립하느냐?'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었는가입니다. 이 믿음은 성장하면서 형태를 바꾸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꼈던 방향을 떠올리게 됩니다.
Q.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이 그리운 건 이상한 걸까요?
A.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이 그리운 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는 독립이 부족해서도,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회복을 필요로 할 때 가장 익숙했던 '안정의 기억'을 불러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가깝습니다.
고향은 많은 사람에게 평가받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 잘해도 못 해도 존재 자체로 허용되던 기억이 겹쳐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쳤을 때 뿐 아니라, 성공의 순간에도 ‘돌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삶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되돌아가 쉴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Q. 고향을 떠나 살아가면 왜 그리움이 더 커질까요?
A.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익숙한 정서적 신호를 제공해 주던 관계와 공간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향수병'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정서적 연결망이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마음은 무의식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던 과거의 정서 상태를 떠올리며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그래서 특정한 장소, 사람, 혹은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는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식입니다.
Q. 고향이 편안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이런 마음은 나타날까요?
A. 그렇습니다. 다만 그 모습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물리적인 고향을 정서적 안식처로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특정한 사람이나 관계, 혼자만의 시간이나 반복되는 루틴이 마음의 귀환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도 초기 양육 경험이 불안정했던 경우, 이후의 삶에서 안정감을 대신해 줄 정서적 구조를 만들어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적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설 명절이 되면 왜 이런 감정이 더 커질까요?
A. 설은 ‘돌아감’이라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가장 강하게 강조되는 시기입니다.
가족, 근원, 시작점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며, 개인의 정서적 역사 역시 함께 자극받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위안이 되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이나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마음이 유난히 불편해진다면, 그것은 잘못된 반응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어떤 정서적 쉼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마음의 귀소본능에 대한 탐색과 고민은?
과거의 대상관계 경험이 현재의 감정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 속에서도 마음이 돌아와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불안해질 때 감정이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에 갇히는 경험을 조금씩 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적응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지치거나 흔들릴 때,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꼈던 방향을 향해 움직입니다. 그것이 고향이라는 이름일 수도 있고, 사람이나 관계, 혹은 특정한 정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설이 다가오며 마음이 유난히 복잡해졌다면, 그 감정을 억지로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괜히 예민해진 것 같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마음이 쉬어갈 자리를 찾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찾아옵니다.
설이라는 시기가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그 마음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돌아갈 수 있는 정서적 고향은, 지금 이 자리에서도 다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설 연휴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쉼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사히 지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떤 모습이든 괜찮습니다. 각자의 속도와 마음으로, 너무 애쓰지 않는 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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