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여수 서시장 시민떡집... 30년 넘게 지켜온 양심과 쫄깃한 손맛
여수 수복갈비 사장님이 엄지척하며 알려준 떡국 떡 맛있는 떡집
설 명절을 앞둔 여수 서시장, 고소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골목 끝자락에 유독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여수 문수동 ‘수복갈비’ 사장님이 “우리 집 떡국 맛의 비결은 바로 이 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곳, 바로 ‘시민떡집’이다.
새벽 3시, 정직한 하루의 시작
시민떡집의 하루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불이 켜지고, 아침 6시가 되면 갓 뽑아낸 떡들이 매대를 가득 채운다. 기자가 찾은 날도 사장님은 연신 떡을 썰고 나르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11일, 취재 중 만난 한 단골손님은 여수 돌산에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여기 사장님이 참 양심적이에요. 그 정을 뗄 수가 없어서 멀어도 믿고 찾아오는 거지.”
그분의 품에는 이 집의 자랑인 떡국 떡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진짜 좋은 쌀을 써요”... 쫄깃함의 차이는 ‘쌀’
시민떡집 떡국 떡은 한 입 씹는 순간 그 진가가 드러난다. 얇게 썰어도 힘이 있고, 끓여내도 퍼지지 않는 쫀득함이 일품이다. 비결을 묻자 사장님은 “좋은 쌀을 쓰는 게 전부”라며 솔직하게 답했다.
일부 저렴한 떡들이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해묵은 쌀이나 품질 낮은 쌀을 쓰는 것과 달리, 이곳은 정직하게 고집을 지킨다. 여수는 물론 멀리에서도 이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올 정도로 ‘쫄깃하고 맛있는 떡’으로 입소문이 났다.
늙은 호박의 단맛 그대로, ‘호박 시루떡’
겨울철 별미인 호박 시루떡 역시 이 집의 효자 메뉴다. 잘 익은 토종 호박을 직접 갈아 쌀가루와 버무려 쪄낸다. 듬뿍 올라간 팥고물과 호박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팥은 국산만 쓰기엔 수지타산이 안 맞아 솔직히 수입산을 섞지만, 호박만큼은 최고급 토종만 고집해요.”
사장님의 솔직한 고백에서 오히려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1남 1녀 키워낸 터전, 이제는 가족의 자부심으로
이 작은 떡집은 사장님이 1남 1녀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명절 대목이면 객지에 나갔던 자녀들과 며느리까지 모두 내려와 일손을 돕는다.
설 대목 경기가 예전만 못해 대량 주문은 줄었지만, 그래도 사장님은 웃는다.
“맛있다고 지인을 데려올 때 가장 보람차죠. 찾아오는 손님들 실망 안 시키게 그저 하던 대로 하는 겁니다.”
기다란 가래떡에서 갓 썰어낸 쫄깃한 떡국 떡 한두 개를 먹어보니 은은한 쌀 향이 느껴진다. 매대에 진열된 호박시루떡과 쑥인절미 등도 맛깔스럽게 보인다.
여수 서시장 시민떡집의 다양한 떡들은 단순한 음식의 경계를 넘어선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끈한 정과 양심이 정성스럽게 빚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