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영 트는 날"… 여수 화양면 자매마을 갯벌, ‘우럭조개’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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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자매마을 앞바다가 열렸다.
드넓게 펼쳐진 장수만 갯벌에는 호미를 든 아낙네와 남정네 40여 명이 모여 장관을 이뤘다. 물때가 좋은 ‘8물’을 맞아 일명 갯벌 문을 여는 ‘영 트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다라이마다 가득"… 20년 베테랑도 감탄한 수확량
물골을 따라 뭍으로 나오는 주민들의 ‘다라이(대야)’에는 어른 주먹만 한 우럭조개가 가득했다. 자매마을 앞바다는 예부터 우럭조개, 바지락, 굴, 낙지 등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황금 어장이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조개를 캤다는 주민 A씨(66)는 "여수 시내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평생을 이 바다와 함께했다"며 "여기 조개는 씨알이 굵고 맛이 좋아 옛날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을 정도"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채취된 바지락은 일반 바지락보다 서너 배나 큰 크기를 자랑했다.
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연신 땀방울을 닦으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숙련된 이들은 한 번의 물때에 30kg에서 많게는 50kg까지 우럭조개를 수확한다.
"팔기엔 아까운 조개"…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찬거리
이날 수확한 우럭조개는 시장에 내다 파는 용도가 아니다. 주민들은 "이 맛있는 걸 남 주긴 아깝다"고 입을 모았다. 채취한 조개는 각 가정으로 가져가 가족들과 나눠 먹는 귀한 식재료가 된다.
우럭조개를 맛있게 먹는 법을 묻자, 한 주민은 "칼로 알을 까서 살짝 데쳐 숙회로 먹는 것이 으뜸"이라며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어도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귀띔했다.
200년 방풍림이 품은 장수리 자매마을
자매마을의 풍요로움은 바다에만 있지 않다. 마을 앞을 든든하게 지키고 선 방풍림은 자매마을에서 공정마을까지 길게 이어진다.
쌈지공원에는 2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90여 그루와 굴참나무 4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마을의 운치를 더한다.
갯벌에서 돌아온 주민들은 이 거대한 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돌리며 다음 물때를 기약했다. 바다가 주는 풍요와 숲이 주는 평온함이 공존하는 여수 화양면 장수리, ‘영 트는 날’의 활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