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킬러 콘텐츠는 무엇일까?

140년 전 영국군이 만든 '한국 최초 테니스장'의 역사적 가치 주목해야 거문도에 윔블던 번외 경기 유치 등 섬의 서사를 담은 파격적 기획 절실

2026-03-17     조찬현
▲ 140년 전 영국군이 만든 '한국 최초 테니스장' 거문도 해밀턴테니스장(원본사진) ⓒ박근세

오는 9월, 여수에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막을 올린다. 국가 예산 1천 611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제 행사지만, 정작 박람회를 상징할 만한 독창적인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허허벌판에 컨테이너 가건물을 세워 전시관을 채우는 구태의연한 방식 대신, 여수가 가진 독보적인 섬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테니스의 '0번지', 거문도

▲ 140년 전 영국군이 만든 '한국 최초 테니스장' 거문도 해밀턴테니스장 ⓒ박근세

우리나라에서 테니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서울도, 부산도 아닌 여수의 섬 거문도다. 1885년 '거문도 사건' 당시 섬을 무단 점령했던 영국군은 1887년까지 주둔하며 고도(古島)에 군대 막사와 함께 테니스 코트, 당구장 등을 설치했다.

이는 단순한 외세 침략의 흔적을 넘어, 근대 스포츠가 한반도에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 현장이다. 현재 영국군 수병 묘지로 향하는 길목에는 당시의 테니스 코트가 복원되어 그 상징성을 말해주고 있다.

‘신사적 점령'과 섬 주민의 서사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당시 영국군은 주민들에게 치료약을 공급하고 정당한 노임을 지급하며 공사를 시켰다. 조선 정부가 섬 주민들을 수탈과 부역의 대상으로만 여길 때, 오히려 '점령군'이 보여준 유화 정책은 섬 사람들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자기 백성을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노임 받고 일하는 것을 방해한다.“

당시 주민들이 조선 정부 대표에게 내뱉은 이 한마디는 섬의 고립된 역사와 국가의 부재를 관통하는 뼈아픈 기록이다. 이러한 입체적인 역사는 박람회관의 텍스트보다 훨씬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갖는다.

윔블던 번외 경기를 거문도에서? 파격적 제안

▲ '한국 최초 테니스장' 거문도 해밀턴테니스장 현재 전경 ⓒ박근세

강 소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섬박람회 기간 중 '거문도 테니스장'을 활용한 파격적인 기획을 제안해 볼 법하다고 말했다.

”영국군에 의해 만들어진 이 나라 최초의 거문도 테니스장에 윔블던 테니스 대회 번외 경기라도 유치하면 어떨까? 허허벌판에 콘테이너 박스로 가건물 전시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 여수섬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박람회 기간 동안 윔블던 테니스 대회 유치를 한번 추진해 보길 권장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 번외 경기를 유치하거나, 영국 대사관과 협력하여 윔블던의 전통인 '화이트 드레스코드'를 테마로 한 클래식 테니스 대회를 여는 것이다.

인공적인 전시물은 박람회 폐막과 함께 사라지지만, '대한민국 테니스 성지순례'라는 브랜딩은 거문도를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1천 611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일회성 행사 비용으로 휘발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섬이 가진 고유한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여수섬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묻는다. 콘테이너 박스 속에 갇힌 박람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태평양을 마주한 거문도의 뱃노래길과 140년 전 테니스 코트의 흙먼지를 세계인에게 보여줄 것인가. 성공적인 박람회의 열쇠는 이미 여수의 섬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