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특별기획] "바다가 주는 선물, 욕심 없이 캐갑니다"… 여수 초도 갯것 나들이

3월 19일 8물 사리, 무인도 '초도'에 상춘객과 주민 30여 명 몰려 바지락, 굴, 고둥 등 풍성… "이웃과 나눠 먹는 게 갯벌의 재미“

2026-03-20     조찬현
▲ 초도 갯바위에서 굴을 까는 아낙네 ⓒ조찬현

3월 19일, 음력 2월 초하루를 맞아 바닷물이 크게 빠지는 '8물' 사리 기간. 여수 신월동 소경도 대합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저마다 호미와 바구니, 빈 통을 챙겨 든 30여 명의 시민이 소경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소경도 인근의 작은 무인도, '초도'다.

▲ 여수 신월동-초도 갯것 나들이 ⓒ조찬현

"남들이 손대지 않은 갯벌서, 씨알 굵은 바지락 나와“

▲ 여수 신월동-초도 갯것 나들이 ⓒ조찬현

오후가 되어 바닷물이 썰물로 밀려 나가자, 숨겨져 있던 초도의 속살이 드러났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갯가에 흩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뾰족한 호미를 흔들어 보이며 바지락 캐는 비결을 전했다. "남들이 손대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해. 밑바닥까지 깊숙이 긁어내면 그 속에 숨어있던 바지락이 나오지." 그의 수산물을 담은 통속에는 벌써 묵직한 개조개와 바지락이 가득했다.

▲ 무인도 초도 바닷가에서 갯것 채취 ⓒ조찬현

옆에서는 아낙네들이 바위에 붙은 굴을 까느라 손길이 분주했다. 한 시민은 "여기 굴이 정말 맛있다"며 웃어 보였다. 해삼을 건져 올린 운 좋은 이도 있었고, 고둥을 한 바구니 가득 채운 이도 보였다.

갯가에서 고둥 채취를 하던 한 남성은 "바다에 나오면 공기도 좋고 걱정거리가 싹 사라진다"며 "오늘 잡은 고둥은 삶아서 이웃 열 집 정도와 나눠 먹을 생각이다. 이게 바로 갯벌이 주는 인심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가 전하는 '갯것' 보관 꿀팁

▲ 초도 바다에서 채취한 고둥 ⓒ조찬현

현장에서 만난 베테랑 주민은 채취한 해산물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현지 바닷물'을 꼽았다.

"수돗물에 소금을 타면 농도가 안 맞아 맛이 떨어져요. 5kg짜리 물통에 여기 바닷물을 떠가서 해감을 해야 바지락이 제맛을 내지.“

또한, 배가 들어오기 30분 전에는 미리 작업을 마치고 나와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 냉동 보관하면 사계절 내내 자식들에게 싱싱한 바다의 맛을 전할 수 있다는 귀띔도 잊지 않았다.

초도의 하루는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무인도의 고요함을 깨운 사람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는 다음 물때를 기약하며 다시 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