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붉다 못해 검붉은 ‘화엄매’의 유혹… 남도 3대 매화 ‘절정’
전남 구례 화엄사 ‘화엄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바야흐로 남도의 봄이 매화 향기에 흠뻑 젖어 들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구례 화엄사부터 백암산의 장성 백양사, 그리고 조계산의 순천 선암사까지, 이른바 ‘남도 3대 매화’가 저마다의 기품을 뽐내며 상춘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검붉은 유혹, 구례 화엄사 ‘화엄매’와 ‘들매화’
26일 찾은 전남 구례 화엄사에는 홍매화(천연기념물 제485호)가 붉다 못해 검붉은 빛을 발산하며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 솔숲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 홍매화는 형언할 수 없는 자태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당초 화엄사는 홍매화 개화 시기에 맞춰 ‘제6회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를 3월 29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만개 시기가 예년보다 다소 늦어짐에 따라 행사 기간을 4월 5일까지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홍매화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들매화’ 역시 만개했다. 의상암 앞 대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이 나무는 매실 씨앗이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으로 추정되며, 470여 년의 세월을 견딘 단아한 수형이 특징이다.
기품 있는 진분홍, 장성 백양사 ‘고불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천연기념물 제486호)’ 또한 이번 주말 최고의 자태를 선보인다. 진분홍빛 꽃잎이 산사의 고즈넉한 정취와 어우러져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고불매는 1700년경부터 스님들이 가꾸어 온 유서 깊은 나무다. 1863년 절을 옮길 당시 홍매와 백매 한 그루씩을 옮겨 심었으나, 백매는 고사하고 현재의 홍매 한 그루만이 살아남아 그 명맥을 잇고 있다.
1947년 백양사 고불총림 결성을 기념해 ‘고불매’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그 역사성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꽃비 내리는 돌담길, 순천 선암사 ‘선암매’
반면, 천연기념물 제488호인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는 절정을 지나 아쉬운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선암사의 매화는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낙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록 만개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선암사 경내 곳곳에 산재한 20여 그루의 고매화(수령 100~300년)가 만들어내는 운치는 여전하다. 특히 승선교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이는 강선루와 돌담길을 따라 피어난 매화는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남도 매화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번 주말이 적기다. 화엄사와 백양사는 지금이 절정이며, 선암사는 떨어지는 꽃비 속에서 고매화의 마지막 운치를 즐기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