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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주민들의 이색 출판기념회

  • 입력 2017.10.26 11:0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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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군립북부도서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 모습
▲  고흥군립북부도서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 모습
ⓒ 오문수

 


24일 오후 7시, 전라남도 고흥군립북부도서관에서는 그림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인근 주민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학생작품 8권과 성인작품 8권이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2017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에 선정되어 그동안 갈고 닦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다.
 

 출간 기념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에 나선 회원들
▲  출간 기념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에 나선 회원들
ⓒ 오문수

 


그림책에 대한 철학과 콘텐츠는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 협동조합 '구름마' 대표 이승현씨가 지도하고, 글 지도는 명혜정 교사가 지도했다. 순천과 고흥일대에서 30여년간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그녀는 9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녀가 출간한 책은 <우리별이 뜰 때> <아이들에게 세상을 배웠네> <토론의 숲에서 나를 만나다>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문학답사> 창비(국어샘들과 공저) <토닥토닥 토론해요> <인문학의 숲을 거니는 토론 수업> <하늘을 울린 뜻> (4인 공저),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이고, 현재는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대작을 준비 중이다.

화려한 수사는 없었지만 생활 속에서 느낀 심정 절절히 그려

인사말이자 초대의 시를 낭독한 명혜정 교사에 이어 박샘별씨의 해금 연주 <10월의 어느멋진 날에>와 <사랑으로>가 연주되자 출판회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다음은 명혜정 교사의 초대의 시 내용이다.
 

 글쓰기 지도를 한 명혜정 교사 모습
▲  글쓰기 지도를 한 명혜정 교사 모습
ⓒ 오문수

 


"한 여름 땡볕을 달게 받으며 꽃잎을 피우던 것들이 알뜰하게 열매로 맺어지는 이 계절에 스쳐갔던 기억에 정성을 담아 고운 빛으로 색칠을 하고 갈고 닦은 언어로 치장하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할 뿐입니다. 모든 이들이 다 고마울 뿐입니다. 이 한권의 책으로 더욱더 사랑하고 더욱더 열심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나는야 발명왕>이란 책을 펴낸 이현재(순천 왕운초5)군은 엄마와 함께 행사장에 왔다. "35세에 10종류 이상의 특허를 가진 발명가가 되어 강연을 다니고 싶다"는 이군은 '2통로 쓰레받기'를 발명해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현재 군의 출판소감이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는데 만들고 나니까 보람이 있었어요. 괜한 헛고생만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책 내기 전에는 하기 싫었는데 책을 내는 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아 뿌듯했다"고 천진스럽게 말한 신광수(대서초 5)군의 책 <자전거 앞바퀴에 대한 추억>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신광수군의 책에서 발췌한 글의 일부분이다.  

 

 

 발명왕을 꿈꾸는 이현재 군과 어머니 서수연씨 모습
▲  발명왕을 꿈꾸는 이현재 군과 어머니 서수연씨 모습
ⓒ 오문수

 

 

 신광수(대서초 5) 군이 그린 그림책에는 부서진 자전거를 친구로 여겨 아끼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  신광수(대서초 5) 군이 그린 그림책에는 부서진 자전거를 친구로 여겨 아끼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 오문수

 


"어느 날 내 다리역할을 해주던 친구와 나는 길바닥 위로 여지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다른 때와 달리 다시는 일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트럭이 내 다리역할을 해주는 친구와 나를 사정없이 넘어뜨렸기 때문이었다."

신광수군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어느 날 광수군이 밭에서 마늘쫑을 캐고 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트럭과 부딪혀 자전거는 부서졌다. 많이 다치지는 않아 병원치료 받고 집으로 왔을 때 부서진 자전거가 소 마굿간 옆에 있었다.

한집에 사는 큰 아빠가 헌자전거에서 바퀴 하나를 빼 부서진 뒷바퀴를 갈아줬다. 헌 바퀴로는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친구였던 앞바퀴가 생각나 그대로 타고 다녔다. 자전거 바퀴 하나를 친구로 여긴 그의 감수성이 놀랍다.

광수 누나인 신주빈(대서초 6)양의 책 <자전거 타는 날 생긴 일>에 적힌 글 일부분이다.
 

 훌륭한 글솜씨를 가진 3형제들. 왼쪽부터 신현빈(대서초 3), 신주빈(대서초 6), 신광수(대서초 5)
▲  훌륭한 글솜씨를 가진 3형제들. 왼쪽부터 신현빈(대서초 3), 신주빈(대서초 6), 신광수(대서초 5)
ⓒ 오문수

 

 

 신주빈(대서초 6)양의 책 <자전거 타는 날 생긴 일>에는 매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철학이 들어있었다
▲  신주빈(대서초 6)양의 책 <자전거 타는 날 생긴 일>에는 매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철학이 들어있었다
ⓒ 오문수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시간이 되자 가는데 너무 덥고 힘들었다. 땀도 많이 나고 평소에는 오르막길이 3번 밖에 없다고 느꼈지만 그날은 3번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주빈양에게 무슨 뜻인가를 묻고 토론수업을 하고 난 후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자 답변이 돌아왔다.

"날씨가 좋을 때는 오르막길이 3번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쁠 때는 3번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매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론수업을 한 후 학교에서 발표력도 늘고 이해도 빨라졌어요."

자신의 아이 셋과 조카 셋을 돌보는 신민호씨의 얘기다.

"전에는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 갔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기다려주는 지혜를 배웠어요. 이 모임이 앞으로 고흥지역의 문화예술의 산실이 되기를 빕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5년전 외갓집 동네로 귀촌한 최현숙씨는 남편을 사별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폐병에 걸린 남편과 함께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각종 약재를 구하는 내용이 그려진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던 그녀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임종을 앞둔 남편을 바라보던 당시의 모습을 그린 <그리다>의 한 구절이다.
 

 서울에서 5년전 고흥으로 귀농한 최현숙씨는 병사한 남편을 그리는 망부가를 절절히 그렸다
▲  서울에서 5년전 고흥으로 귀농한 최현숙씨는 병사한 남편을 그리는 망부가를 절절히 그렸다
ⓒ 오문수

 


"남편의 얼굴에 내 볼을 포갰다. 아무렇지도 않다. 나보다도 따뜻한 듯싶다. 그대로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눈물이 흐른다. '내 눈물이 느껴져? 따뜻하지?' 동화속 이야기처럼 내 눈물로 당신을 다시 일어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보!' '우리약속 기억하고 있지?'"

절절했다. 한참을 울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책을 선물했다. "책을 쓰면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했다"고 말한 류화경씨는 유방암이 세 번이나 도진 딸의 병이 낫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리사랑>을 펴냈다.
 

 유방암이 세번이나 도진 딸의 치유를 간절히 기원하는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류화경씨의 <내리사랑>의 한 페이지다
▲  유방암이 세번이나 도진 딸의 치유를 간절히 기원하는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류화경씨의 <내리사랑>의 한 페이지다
ⓒ 오문수

 

 

 송유미씨의 글 그림책 <어때보여요?>는 작고 보잘것 없지만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철학이 들어있다
▲  송유미씨의 글 그림책 <어때보여요?>는 작고 보잘것 없지만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철학이 들어있다
ⓒ 오문수

 


"'나'를 찾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송유미씨의 <어때보여요?>도 돋보이는 책이다. 조그맣고 한쪽이 깨진 거울이지만 깨진 부분조차도 사랑스럽다는 교훈이 들어있는 책으로 교재로 사용하고픈 책이다.

참가한 대부분이 처음으로 출판한 책이라 화려하지 않았지만 삶속에서 느낀 진솔한 이야기를 그린 책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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