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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사람들의 비극' 재구성한 소설형태 역사물

[독후감] 넌픽션 '조계산의 눈물'을 읽고

  • 입력 2019.02.19 06:03
  • 수정 2019.04.30 12:1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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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배선 소설 <조계산의 눈물>, 미디어넷통 펴냄      Ⓒ심명남

여순항쟁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빨치산 토벌작전부터 6.25전쟁으로 이어진 격랑의 시대를 관통하는 소설형태를 띤 증언록이 세상에 나왔다.

김배선의 ‘조계산의 눈물’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물지 않은 그날의 아픔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저자는 단순히 증언자들의 고백을 취합하여 나열한 데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담은 에피소드를 최소한의 상상력을 덧붙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들려주려 애쓴다.

 

우리동네 입산자

사상전쟁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옆에 있는 이웃 사람들을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회색분자란 있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적군보다 더 위험한 존재나 다름없다.

우연히 혹은 강제입산으로 공산주의를 접한 순박했던 이웃 젊은이들이 어느날 산에서 내려와 다짜고짜 내 머리에 총구를 들이민다면 그때의 당혹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들에게 있어 입산자는 적도 동지도 아닌, 그저 한때 내 이웃이던 누군가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내일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사상갈등은 차라리 배부른 고민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빨갱이 색출법 역시 하도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이라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토벌대의 습격에 불탄 작전차와 군인을 본 대장이 마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윽박지르며 입산자들과 내통한 사람을 찾아내려 하지만 그런 일차원적 방법으로는 마을 좀도둑 하나 잡지 못하리란 것을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윗사람의 무능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시대고하를 막론하고 최하층인 소시민들이다.

결국 내통자를 찾지 못한 유 대장이 분에 못 이겨 총을 난사하고 그 총알은 사상전쟁과 가장 무관한 어린 아이의 몸을 관통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안타까운 장면은 죽은 아이를 안고 말없이 자리를 떠나는 어른들이다. “쏴부렀어도 아무 말 못할 판에 잘못 맞아부렀는디 무슨 말을 할 것이”냐는 노인들의 자조 섞인 증언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마저 말살시킨 시대의 비극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다.

 

‘프레임’ 걷어내고 바라보기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흐른 지금도 ‘빨갱이’와 ‘좌익’은 정치적 논쟁에서 가장 쉽고 막강하게 사용되는 프레임이다. 그리고 프레임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갈등만을 남겨두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김배선의 <조계산의 눈물>은 6.25 이후 좌우익의 대립에서 토벌대와 입산자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가장 변두리에 위치한 약자인 조계산 마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택해 여순항쟁의 비극을 ‘우리 이웃의 비극’으로 재구성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역사를 향한 애도는 그 사건을 긍정하거나 찬양하는 목적도 아니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의도도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다루는 문학은 이념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사건을 온전히 몸으로 겪어낸 이들 피해자만을 주목하기 때문에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다르기도 한다. 그리고 김배선의 작품이 바로 그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제 역사의 비극에 사회가,국가가 답을 할 차례다. 피해자들이 어렵게 꺼낸 이 고백 앞에서 과연 국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미디어넷통이 발간한 '조계산의 눈물'은 인터넷에서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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