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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한우물 판 문갑출, '용고주금' 서예인생

약송 문갑출 작가 첫 개인전, 심혈 기울인 47점 전시
진남문예회관 11/8~14까지 전시회
5,160자 하루에 쓴 금강경 - 돌에 한 달간 새긴 반야심경 전각 놀라워
연습만으로 오를 수 없는 경지... 오직 즐겼기에 가능

  • 입력 2019.10.31 10:19
  • 수정 2019.10.31 15:02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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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용고주금' 서예인생을 살아온 약송 문갑출 첫개인전이 11/8~14까지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용고주금(鎔古鑄今)의 서예세계"

탐묵재 김성덕 서예가의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옛것을 녹여 현재를 만든다는 뜻이다.

스승인 그는 제자의 첫번째 전시회에 대해 "문자의 깊은 이해와 책 속에 들어 있는 문.사.철의 소양을 갖추어야 좋은 서예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면서 "좋은 글씨는 단순히 반복된 연습만으로는 오를 수 없는 경지에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축사를 갈음했다.

"논어에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락지자)란 글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외고집으로 우직하게 자신만의 서예세계의 길을 가고 있는 약송 선생의 첫 번째 전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지역에서 보기드문 40년 서예인생 '초대전'

전남 여수에서 독학으로 서예를 터득한 40년 서예 인생 개인전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바로 약송 문갑출(62세)작가다. 

해남 옥천 출신인 그는 울산대를 졸업했다. 이후 교대근무를 해오다 5년전 여천NCC에서 36년 6개월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지금은 서예원을 운영하며 제2의 서예인생을 펼치고 있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인 금강경은 총 5,160자다. 문작가가 꼬박 하루동안 심혈을 기울어 완성한 작품이다

문 작가는 1978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붓을 잡았다. 올해로 40년째다. 이번 전시는 40년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한다는 그의 설렘과 기대가 집약되어 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각종 서예대전에서 굵직한 수상을 하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이번 전시회는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다. 초대전 행사는 9일 오후 5시다. 첫 개인전에 총 47점이 전시된다.

문 작가의 수상경력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전을 비롯 전주 강암서예 초대작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특별전을 비롯 동서미술현대전, 여수미술협회전 등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를 비롯 다양한 심사위원 경력과 함께 현재 약송서예원을 운영 중이다.

신병은 시인은 "약송 문갑출 그를 만나면 고요하고 맑고 바른 정중동의 선율이 첫인상으로 오버랩 된다"면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해서, 전서, 예서, 초서, 한글, 전각 등 모든 서체의 유장미를 만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세상을 순수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그의 통찰과 40년 동안 연마해 온 그의 여정에 동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약송 문갑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서체로 쓴 '임왕탁행서첩'

29일 인터뷰에 나선 그는 서예에 대해 "서예는 지금까지 배웠던 것만 우려먹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부를 많이 해야만 적재적소에 맞는 시어를 넣듯 글씨도 마찬가지"라며 법고창신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금강경 5,160자는 보기 드문 대작으로 평가받았다"면서 "이번 개인전은 지금껏 공부한 것을 보여주고 정리해 새로운 작품을 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그는 자신의 대표적 작품을 하나씩 소개했다

<천부경>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원리를 기록한 말이다. 반야심경은 돌에 새긴 전각을 탁본한 작품이다.

약송 문갑출 작가가 판본체로 쓴 윤동주의 서시

윤동주의 <서시>는 훈민정음체인 판본체에 준해서 쓴 글이다.

<독립불참우영>은 중국 안자의 글귀다. 그 의미는 홀로 있어도 그림자에게 조차 부끄럼이 없다는 내용이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글이다고 말했다.

문갑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인 '독립불참우영'은 홀로 있어도 그림자에게 조차 부끄럼이 없다는 의미다

문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금강경>의 총 글자수는 5,160자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하루에 작업을 마쳤다. 이후 3일을 앓아 누웠다. 금강경은 석가모니 불법인 공사상을 다룬 불교의 법전이다. 특히 <반야심경>전각은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새기면서 한 달을 작업했다.

붓글씨 잘쓰는 법 "명확한 운필법이 가장 중요"

문 작가는 "한참 서예에 미쳐 있을 때는 붓을 하루 내내 잡고 아무 생각없이 글씨에 몰입했다"면서 "지금도 하루 서너 시간씩 붓을 잡는다"라고 말했다.

문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를 하고 싶었지만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늦게 서예를 시작해 붓을 잡은지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40년 서예 대가인 그는 "붓을 잡으면 너무 맘이 편하고 항상 즐거움이 인다. 가수가 노래하면 즐겁듯이..."라며 서예가를 스포츠 선수나 가수에 비유했다.

문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퇴직을 한뒤 5년 사이에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면서 "생이 다하는 날까지 붓을 잡고 살겠다"라고 밝혔다.  약송서예원에서 그와 나눈 인터뷰다.

- 즐겨쓰는 필체는 무엇인가

"즐겨쓰는 글씨는 왕탁의 글씨다. 먹물이 많고 가늘고 굵어야 강약이 살아난다. 서예는 임서와 창작을 거치고 나면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새로운 글씨가 나온다."

- 붓글씨는 언제 가장 잘써지나

"우선 심신이 편안하고, 날씨가 좋아야 한다, 아울러 종이와 먹물이 중요하고 새 붓이어야 글씨가 잘 써진다."

약송 문갑출 작가는 운필법(붓을 사용하는법)을 명확히 배우면 서예는 참쉽다며 운필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붓글씨 잘쓰는 비법이 뭔가

"일필휘지라는 말도 있듯 난 글씨를 좀 빨리쓰는 편이다. 대타로 기용된 야구선수가 안타를 치려면 몸상태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도 삼진아웃을 당하듯 글씨도 손이 항상 풀려 있어야 붓을 잡으면 잘돌아간다. 평소 연습해 준비를 해야한다는 얘기다."

- 글씨를 쓰기 싫을 때도 있을텐데 어려운 고비가 찾아온 적은 없었나

"쓰기 싫을때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이런얘기 하면 남들이 나보고 이상한 사람이라 말하지만 글씨는 내게 한결같이 좋았다. 사실이다.

전업작가는 경제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저같은 경우 직장생활과 서예를 병행했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 이후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 다크고 36년 6개월간 직장생활 후 퇴직해서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하니 즐겁다."

- 서예를 배우려는 사람에 대해 한 말씀 한다면

"요즘 컴퓨터 세대가 주를 이루다보니 서예가 어려워서 안 배우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운필법(붓을 사용하는법)을 명확히 배우면 서예는 참 쉽다. 대부분이 운필법을 정확히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붓글씨는 어렵지 않다. 붓을 잡고 3개월만 제대로 배운다면 정확히 쓴다. 그 3개월을 어떻게 배우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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