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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소리’를 듣는다

'춤추는 정원' 연재(18)
병든 호랑가시나무에 매일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열매 맺어
호랑가시나무는 춤추는 정원의 '평화의 상징'
나무는 인간과 교감하며 자신의 '정보'를 전달하기도

  • 입력 2020.03.14 13:42
  • 수정 2020.04.25 17:09
  • 기자명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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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

몇 년 전 정원에 호랑가시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호랑가시나무는 빤질빤질하고 두꺼운 잎 끝자락에 세 갈래의 뾰족한 모양의 가시가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는지 이 년 정도 병에 시달렸고, 병에 걸린 나무에 응당 그러하듯이 그 나무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병이 나아 예쁘고 앙증맞은 열매들이 맺혀 있는 것을 상상하면서 그 나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삼 년째부터는 병도 다 나아 예쁜 열매들을 맺기 시작했다. 그런데 병에서 회복한 호랑가시나무를 자세히 보니 잎에 있었던 가시가 대부분 사라지고 잎 끝이 부드러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평화로운 환경에 오면 식물의 가시가 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나뭇잎의 모양이 변하는 것을 우리 정원에서는 처음 보았다.

나는 이 호랑가시나무를 춤추는 정원의 ‘평화의 상징’이라고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호랑가시나무는 날이 갈수록 짙은 녹색의 잎은 더욱 빤질빤질 빛이 나고, 붉은 열매도 갈수록 많이 열린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그것이 생명이 있는 것이든 생명이 없는 것이든 간에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나름의 특징적인 ‘정보’가 있다. 우리가 주변의 에너지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면 이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단순히 음향 같은 소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직관’의 형태로, 인간적인 해석이 가능한 형태로 말이다.

춤추는 정원에서 '춤명상'중인 작가 환희씨와 일행들

꽃과 나무와 대화도 마찬가지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예민하게 섬세하게 교감하면 그들이 인간에게 전하고자 하는 ‘정보’가 감지된다.

가끔씩 도반들과 함께 숲속에서 명상을 할 때가 있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나무의 ‘소리’를 듣는 명상법이다. 자기가 맘에 드는 나무를 골라 그 나무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자기의 문제나 관심거리를 나무에게 전달하고 가만히 나무가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한다.

처음 이 명상법을 접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확히 나무의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뭔지 모를 미묘한 에너지와 느낌은 감지한다.

자꾸 시도하다 보면 거짓말처럼 나무의 에너지가 우리의 내면을 통과하여 직관의 형태로 전달되기도 한다.
긴 시간 사람들하고 지지고 볶고 살았으니 이제 난 정원에서 꽃과 나무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의 세계를 좀 더 섬세하게 알아볼 참이다. 누가 알겠는가. 나도 성인처럼 그들의 축복을 받을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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