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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안내서 '여기는 캄보디아 입니다'

시니어 코이카 해외봉사단원 김종건씨가 캄보디아에서 2년간 발품 팔아 쓴 책

  • 입력 2020.08.07 11:45
  • 수정 2020.08.07 11:5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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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코이카 단원인 김종건씨가 캄보디아에 근무하는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발품팔아 쓴 책이다 ⓒ오문수

최근 캄보디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김종건이 쓴 <여기는 캄보디아 입니다>는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서라기보다는 인문여행 에세이다. 캄보디아에 대한 대부분의 여행안내서가 숙소, 교통, 식사, 음료, 입장료, 투어 등의 세세한 것까지 안내하는 데 반해 그의 책에는 가볼만한 곳과 숙소 예약하는 법, 음식 종류, 교통편 등이 적혀있다.

시중에 나도는 여행안내서를 읽다가 그의 책을 읽으면 생경하다. '생경하다'하고 해서 그의 글이 세련되지 못하고 부자연스럽다는 얘기가 아니다. 저자 김종건은 2017년에 단편소설 <실직의 단상>으로 창작산맥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가 중점을 두어 설명하는 지역에 대한 안내는 약간 길다. 따라서 여행안내서에 익숙한 독자가 책을 읽으면 약간 따분할 수도 있다. 대부분 여행서처럼 천편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 그가 캄보디아를 바라본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서 3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친 김종건은 시니어를 멋지게 보내고 싶었다. 평범한 생활이 싫은 그는 50대 중반에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국토 1000㎞ 도보여행은 오랜 꿈이자 도전무대였다.

요즈음 한국 중장년 남성들의 위치는 속된 말로 위기에 처했다. 밖에서 치이고 집안에서도 찬밥 신세다. 그가 24일간의 대한민국 도보여행을 마치고 쓴 책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에는 그가 길을 나섰던 이유가 기록되어 있다.

"요즘 한국의 50대들은 꿈을 잃고 자신감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 2~30대에는 '뭔들 못하겠냐?'하는 자신감이 가득했었을 것입니다. 해서 그런 사람들에게 '50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 주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상심하고 절망한 우리나라 중장년층을 위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멋진 시니어의 길을 가기 위해 선택한 코이카단원

퇴직한 그가 선택한 두 번째 인생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였다. 저자는 해외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서 보낸 2년 동안 캄보디아에 푹 빠졌다. 아니! 전문가가 됐다. 앙코르 제국 역사에서 시작된 관심은 앙코르 유적은 물론 돈레삽호수, 킬링필드로 이어져 크메르족의 문화와 삶으로 확대됐다.

저자는 앙코르와트의 도시인 시엠립에서 수도인 프놈펜 그리고 메콩강의 도시들, 베트남 국경과 마주한 몬돌끼리주, 태국 국경과 마주한 반띠민쩨이주까지 캄보디아를 맛깔나는 글에 아름다운 사진을 곁들여 소개했다.

김종건씨가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근무했던 민쩨이 국립대학교 학생들과 기념촬영했다 ⓒ김종건

그의 삶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캄보디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민쩨이 국립대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캄보디아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휴일마다, 방학 때마다 전국 곳곳을 여행했다. 뿐만 아니다. 태국 국경에서 프놈펜까지 420㎞를 두 발로 걸었다.

그동안 출판되었던 캄보디아 여행안내서가 앙코르유적이나 프놈펜 정도만 다뤘던 점과 비교해보면 캄보디아 전국을 소개한 흔치 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걸으면서 만난 보통사람들의 삶 이야기, 열대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이며 우리가 몰랐던 슬프고도 찬란했던 앙코르의 역사와 유적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캄보디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바이욘의 미소'에 대해 들었을 터다. 그의 글솜씨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는 75페이지 글 일부를 소개한다.

앙코르톰에서도 가장 유명한 조각상 중 하나인 "바이욘의 미소" ⓒ김종건

 

"바이욘 사원의 백미는 3층 중앙성소다. 이곳에는 수많은 바이욘의 얼굴이 있다.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미소는 한결같다. 미소 짓는 입술의 곡선미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인간의 미소와 부처의 미소는 엄연히 다르다. 바이욘의 미소 앞에서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지만 인간이 바이욘의 미소를 닮기는 어렵다. …그래도 누구나 이곳에 오면 미소를 짓는다."


캄보디아하면 떠 오르는 두 단어는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다. 두 단어는 오랜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를 말한다. 한 때 동남아시아에 대제국을 건설했던 앙코르 제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앙코르 유적만이 그때의 영화를 말해 주고 있다.

킬링필드에는 강대국 사이에서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수많은 영혼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다. 인간이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곳이다. 그가 코이카 단원으로 캄보디아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앙코르 유적은 신이 만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시대에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불가사의하다. 앙코르 유적을 처음 본 순간 대제국이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앙코르 제국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글도 보인다. 그의 책 160 페이지 일부분이다.

시니어 코이카 단원인 김종건씨가 캄보디아에 근무하는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발품팔아 쓴 책이다 ⓒ오문수

 

"캄보디아에 살면 맘도 너그러워진다. 많이 가지려 하지 않으니 욕심이 없고 날씨가 더우니 옷차림도 수수하다. 요즘은 캄보디아 사람들과 내 모습이 비슷해진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은 물질의 눈으로 보면 가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삶의 모습으로 보면 행복해 보인다."


필자가 앙코르왓 방문기를 쓸 때 궁금한 게 있었다. "캄보디아는 불교국가인데 왜 힌두교 유적이 많을까?" 그는 전문가의 눈으로 캄보디아 유적을 분석하고 있다. 필자가 그의 책을 눈여겨본 이유다.

그에게 캄보디아의 진수를 알 수 있는 장소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자 몇몇 장소를 추천했다.

▶반띠츠마 사원- 작은 앙코르톰이라고 불림(책 150p). 유적이 다 무너져 오히려 신비감을 느끼게 하고 주변에 흩어진 유적은 밀림에 묻혀 있음. 그곳을 가본다면 평생 남을 수 있음.
▶끄라쩨- 메콩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도시로 강변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음.
▶껌뽓- 바다와 강, 산 세 곳을 다 보기에 좋고 소금염전이나 환상적인 강의 풍경.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도시 풍경은 유럽풍의 도시 느낌.
▶프놈펜 왕궁의 아름다움과 그 앞에 펼쳐진 돈레메콩강의 일출, 일몰은 몽환적임.


그는 욕심이 많은가 보다. 서울에서 프랑스까지 1만8000㎞를 2년간 걷고 싶은데 아내의 반대가 극심하단다.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시니어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에 대한 방편을 제공하기도 한 그의 책을 읽으며 캄보디아 여행을 꿈꿔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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