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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화마을 '시골집음악회'로 봄맞이 오세요

  • 입력 2021.02.24 14:02
  • 수정 2021.02.24 15:16
  • 기자명 조화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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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소개글 

이 글을 쓴 조화현은 2004년 인천에서 창단한 유학파 출신의 전문연주단원으로 구성된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 단장이다. 그는 몇년 전 여수시민이되었다. 여수시 율촌면 가장리 난화마을에서 미술가인 남편 김영규 화백과 함께 시골집 음악회를 열고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인 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
▲ 바이올리니스트 인 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

'모든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공연을 모토로 폭넓은 음악회를 이어가며 전국적으로 연주를 다니기도 한다. 시골집 음악회는 지역 주민을 위해 소박하지만 알차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파란대문집 마당에서 개최한다. 이들 부부가 여수에서 펼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은 지상파 방송에서 보고 듣고 즐기는 여수파란대문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기사 아래 동영상이 바로 방송내용이다.

조화현은 본지 시민기자다. 그는 꾸준히 시골집 이야기와 자신이 여수 농촌마을에서 펼치는 문화활동 얘기를 이곳에 풀어나갈 예정이다.

 

▲ 작은음악회포스터 ⓒ조화현
▲ 시골집음악회 포스터 ⓒ 조화현

난화마을에 봄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담장 아래 산수유가 피더니 마을 양지 바른 곳에는 매화꽃도 피었습니다. 그 옆에는 청매가 몽글몽글 맺혔고요.

꽃 좋아하는 난화댁은 허락을 얻어 청매 몇가지 꺾어다가 항아리에 꽂아둡니다. 그러곤 생각합니다. "아 지금이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지구촌이 얼어붙어 있었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왔는데도 여전이 한겨울처럼 모두가 차갑습니다. 경제도 죽어가고 문화도 메말라 가고 사람들의 인정도 식어만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도 피어나고 얼었던 얼음도 녹아 시냇물도 졸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 드디어 음악회를 열 때가 됐구나!"

27일 토요일 4시 율촌 난화예술창고에서 ‘시골집 음악회’가 열립니다. 작은 시골동네 난화마을에서 벌써 5번째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입니다.

▲작년 시골집 은악회 모습 ⓒ 조화현
▲작년 시골집음악회 모습 ⓒ 조화현

시골집음악회는 2019년 6월에 첫 문을 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남자 김영규와 음악 하는 여자 조화현이 난화마을에 둥지를 틀며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차 작은 공연을 열고 ‘시골집음악회’라 이름 붙였습니다.

첫 공연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객석의 반을 차지하였고 여수와 순천의 음악애호가들까지 모여들어 앵콜이 끊이지 않는 성공을 이뤘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많은 분들은 시골에서 열린 최고의 클래식 공연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연은 공짜로 보면 안 된다며 마을 사람들이 봉투에 돈을 모아 전해주시더니 손에 손에 청계알, 감자, 양파, 꿀 등 정성으로 재배하신 농작물을 갖고 오시는 게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 난화댁이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바로 닭 몇 마리 삶아 동네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렇게 난화마을 시골집 음악회 서포터즈가 만들어졌습니다.

서포터즈 대장 대풍농장 정미숙 언니(64세)를 위원장으로 이성진 노인회장(77세)님이 공연장 소독을, 차승희 이장(61)님은 체온측정과 안내를 맡아주셨습니다,

마을 분들은 유연상 청년회장(66세)의 지휘 하에 기꺼이 청소를 해주셨죠. 의자와 천막을 펴주시는 홍경철 부회장님(54세), 손님맞이와 즉석 농산물장터는 김애남 부녀회장(53세)과 오영숙 언니(64세)께서 일사천리로 운영해주셨습니다. 또 마을의 유왕상(59)님은 후원은 물론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십니다.

이런 마을분들의 노력 덕분인지 난화마을 시골집음악회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제법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집까지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신가 하면 즉석에서 마을 어르신과 연주자가 무대를 꾸리기도 합니다.

▲마당에서 맞이하는 손님   ⓒ조화현
▲마당에서 맞이하는 손님들 ⓒ조화현

어느 날은 대문에 달아놓은 종소리가 울려 나가보니 율촌에 산다는 젊은 새댁이 찾아왔어요. "난화예술창고를 찾아왔다"길래 바로 집안으로 들여 대접했습니다.

차를 마시던 그녀는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알고 보니 젊은 시절 서울의 한 예술대학을 나와 홍대 앞에서 공연을 하던 실력자였죠. 결혼하여 여수로 내려와 그동안 마땅한 공연 자리를 찾지 못해 그동안 활동을 접고 있었다고 말 해 안타까웠습니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계의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마당에서 열렸던 시골집음악회 광경  ⓒ조화현
▲마당에서 열렸던 시골집음악회 광경.  필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조화현

연주자들의 일상이 사라졌습니다. 무대에 서야만 힘이 나는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없어졌습니다. 랜선공연, 무관중공연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소통이 없는 공연 앞에서 연주자들은 여전히 버겁습니다. 비록 우리가 마스크로 코와 입, 얼굴을 반 이상 가리고 살고 있지만 소리로 전달되는 교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송년음악회 한번 못하고 2020년을 보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신년음악회로 2021년의 봄을 열고 싶습니다. 이번 시골집음악회는 ‘2021년 난화예술창고 신년음악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소프라노와 테너 연주자들이 행복을 노래합니다.

정말 예쁜 우리 동네, 난화마을로 봄맞이 어떠신가요?   

보고 듣고 즐기는 여수 파란대문 집 [아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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