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어머니는 내가 해달라고 하는 것은 다 해주셨다.
무조건적인 사랑,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마 헌신적이었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게끔 하는 밑거름도 그때 어머니의 헌신이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거기까지였다. 청년 시절의 내 어머니는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셔서인지 집보다는 병원 생활을 하는 날이 많았다. 결혼 준비도, 결혼하여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한 번도 편하게 아이들을 맡기고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아들은 외할머니의 얼굴도 모른다. 가끔은 그런 아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자신도 슬퍼질 때가 있다.
장년 시절의 내 어머니는 내 마음속에서만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문득문득 울컥할 때가 많았지만 일부러 더 씩씩해지려 했다.
중년 시절의 내 어머니는 나를 이기적으로 만들었다. 내 아이들에게 내가 겪은 것처럼 엄마를 빨리 잃게 하고 싶지 않아 건강에 관한 거라면 뭐가 됐든 내가 1순위이다. 그런 나를 남편도 아이들도 타박을 하지만 나는 꿋꿋이 나를 챙긴다.
남편은 가끔 나를 화나게 한다. 시어머니가 주신 음식을 다 못 먹고 버릴 때가 있다. 그러면 어머니께 이르겠다며 염장을 지른다. 그럴 때면 어머니가 살아계신 유세를 떠는 남의 편이 꼴도 보기 싫고 너무나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그립기도 하고 속이 상해 눈물 흘릴 때도 있다.
"이것들아, 여보! 속 모르는 소리 하지마."
"너희들이, 당신이 엄마 없는 서러움을 아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