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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전남 통합 20조 시대, 승자독식이 아닌 ‘분권형 설계’가 답이다

통합시장의 재량이 아닌 법과 제도로 만드는 공정한 통합

  • 입력 2026.01.19 15:16
  • 기자명 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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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의원 ⓒ이석주 의원
▲이석주 의원 ⓒ이석주 의원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통합이 성사될 경우 5년간 20조 원 규모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했고, 이를 두고 지역 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곳곳에서 불안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합은 결국 광주 중심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 “20조 원이 또 하나의 승자독식 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걱정은 과장이 아니다. 구조가 잘못 설계되면 통합은 협력이 아니라 경쟁을 낳고, 연대가 아니라 불신을 키운다. 통합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지, 또 하나의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결국 ‘돈과 권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의 찬반을 넘어, 통합을 성공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20조 원은 상금이 아니다.

통합시장이 쥐고 흔드는 재량예산이 돼서도 안 된다.

이 돈은 통합의 성공을 위한 국가 투자금이며, 광주·전남 전체의 미래를 바꾸는 공동 자산이다.

첫째, 20조 원은 반드시 ‘통합특별회계’로 묶어 자동 배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매년 5조 원이 통합시장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면, 쏠림 논란은 피할 수 없다. 권역균형계정, 전략산업전환계정, 정주·생활SOC계정으로 나누고, 권역균형계정은 인구·면적·재정여건 등을 반영한 공식에 따라 자동 배분되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 최소 보장 비율을 두어 동부권·서부권·광주권 어느 곳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사결정 구조에 ‘이중다수제’ 또는 권역별 협의체 거부권을 도입해야 한다.

대형 SOC, 산업 입지, 핵심 기관 이전처럼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안은 단순 다수결이 아니라 전체 다수와 권역별 다수를 동시에 충족해야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쪽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구조를 막을 수 있다. 통합의 핵심은 큰 정부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제도다.

셋째, 돈만이 아니라 권한과 기능도 분산해야 한다.

통합특별시 청사 기능의 분산 배치, 핵심 공공기관의 권역별 배치, 상징적인 국가 프로젝트의 권역별 분산 유치는 통합의 신뢰를 만드는 핵심 장치다. 동부권은 산업전환과 에너지, 해양·물류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서부권은 농생명과 재생에너지, 광주권은 첨단기술과 연구개발의 중심이 되는 식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넷째, 20조 원의 일정 비율은 반드시 산업 전환에 법정 배정해야 한다.

통합의 성패는 청사 위치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 달려 있다. 고부가 소재·정밀화학, 탄소저감 공정, RE100 전력 연계, 산업용수 고도화, 산단 디지털화와 안전 인프라,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여수·광양 국가산단은 대한민국 산업 전환의 실험장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섯째, 시민이 주체가 되는 숙의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통합특별회계 사업은 전면 공개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매년 권역별 주민 설명회와 시민 숙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통합은 속도가 아니라 정당성으로 완성된다.

광주·전남 통합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조를 잘못 설계하면 20조 원은 협력의 자산이 아니라 갈등의 불씨가 된다. 통합의 성공은 누가 시장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제도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통합은 상금 게임이 아니다.

광주와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도시와 농어촌이 함께 살아남기 위한 공동의 미래 설계다.

20조 원은 나눠 가질 몫이 아니라, 함께 키워야 할 씨앗이다.

지금이 바로 통합의 설계도를 제대로 그릴 시간이다.

승자독식이 아닌 분권형 통합, 경쟁이 아닌 연대의 통합으로 가야 한다.

그 길만이 광주·전남 통합을 진짜 성공으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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