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대교와 남산공원 인근,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의 경관을 자랑하는 남산동 일대 주민들이 인근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쇳가루 분진과 소음으로 수십 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
"조선소 뒤는 빈집"... 주민들, 건강 위협에 이주까지
지난 5일 현장에서 만난 주민 문 모 씨는 취재진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 씨는 "쇳가루 때문에 마스크 없이는 살 수가 없다"며 "이미 마을 일부 집들은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다 떠나 빈집이 수두룩하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특히 선박 수리 과정에서 진행되는 그라인딩(녹 제거) 작업과 페인트 도장 작업 시 발생하는 분진과 악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역(통영, 고흥 등) 조선소들이 실내 작업장을 갖추고 오염물질 배출을 차단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야외에서 작업을 강행하고 있어 피해가 고스란히 인근 마을과 바다로 번지고 있다.
실효성 없는 방진망... "보상금으로 입막음만“
현장 확인 결과, 조선소 측이 설치한 방진 시설은 배 위에 살짝 걸쳐놓은 형식적인 그물망이 전부였다. 주민들은 이 그물망이 미세한 쇳가루와 페인트 가루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주민들이 법적 대응을 통해 일정 금액의 피해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환경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 씨는 "10여 년 전부터 보상금을 받고 있지만, 냄새와 소음을 줄이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영세성 핑계는 그만, 기본 시설 갖춰야“
환경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한수 여수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남산동 조선소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아주 오래된 지역의 난제"라며 "선박 수리 시 발생하는 녹과 페인트 가루는 대기 오염은 물론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까지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이어 "업체 측에서는 영세성을 이유로 시설 투자가 어렵다고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작업하려면 최소한의 방진·방음 시설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며 "여수시 환경 당국이 수십 년간 방치된 이 문제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행정 지도와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 원도심의 핵심 관광지이자 주민 거주지인 남산동 일대가 조선소의 '야외 작업'으로 인해 경관 훼손과 환경 오염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