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 오는 내담자의 대부분이 무기력과 권태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한창 인생에 호기심을 갖고 탐색해야 할 중?고등학생 중에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게임 외에는 재밌는 것도 없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무기력은 우울의 주요증상이기도 하지만, 우울함이 아니어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와 동기가 없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특별히 재미와 보람이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그냥’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하기도 싫어요
이런 자신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얘기해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자신이 타인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건지 혹시 실수하는 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강박증은 아닌지 고민하다가 결국 답을 찾고 싶어서 상담에 오게 된다.
불안, 강박, 공포, 두려움, 우울, 조현, 조울, 분열 정동, 학교폭력에 가정폭력, 부부관계, 고부 관계까지... 호소하는 사람도, 나이도, 내용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그들은 한 목소리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하기도 싫어요.’ 라고 말한다.
행동주의 학자인 마틴 샐리그만(Martine Seligman)은 개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하였다. 총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눠서 살펴봤다.
첫 번째 집단은 전기충격을 가하지만, 개가 조작 장치를 누르면 충격이 멈추게 하였고 두 번째 집단은 몸이 묶여 있어서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게 하였고 세 번째 집단은 실험 상자 안에 있지만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24시간 후 모든 개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첫 번째 집단, 세 번째 집단 개들은 가림판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지만, 두 번째 집단의 개들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은 채 전기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경험으로 인해 ‘무엇을 해도 피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 학습된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 끈을 묶지 않아도 도망가지 않는 사막의 낙타
- 아주 얇은 줄로 묶인 코끼리
- 이유 없는 폭력을 당할 줄 알면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 엄청난 잔소리와 간섭에도 아무 반응 보이지 않는 아이
여러 모습이 바로 무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학습된 무기력이란? 피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었던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해 실제로 자신이 피하고 극복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떤 시도나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며 무기력한 상태를 말한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 어떻게 해서도 이런 감정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아버린다.
많은 내담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 무기력의 실체를 아는 것만큼이나 바로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래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취미생활도 해보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지만 그런 행위가 끝나기 무섭게 무기력은 원래부터 입고 있던 옷처럼 다시 내담자를 감싸 버리고, 불편하고 익숙한 그 감정에 다시 빠지도록 한다.
샐리그먼 박사는 학습된 무기력을 치유하는 실험도 진행했는데, 바로 긍정적인 경험의 반복이었다. 즉, 전기충격을 가해도 피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눕는 개의 목줄을 당겨 안전한 쪽으로 옮겨주기를 반복하자 무기력이 회복되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샐리그먼 박사는 긍정심리학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즐거움을 찾고, 즐거움에 깊이 빠져보는 몰입경험과 그러한 몰입경험에 의미를 붙여보는 것이 바로 긍정심리학이며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핵심이다.
자기 삶에 의미를 붙인다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생각하는데, 일주일 중에 사람들이 헷갈리는 요일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이라고 한다.
월요일은 월요병이라는 수식어가 있고, 금요일은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말이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는 어떠한 수식어도 없기 때문에 헷갈린다고 한다.
나의 삶에는 오직 나만이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있다. 바람이 좋아서, 날이 차가워서, 립스틱을 바꿔서, 넥타이를 바꿔서,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워서 여러 가지 이유로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될 수 있고 그런 의미는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고, ‘나’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비록 타인에게는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나를 위한 긍정 단어 찾기, 감정 일기, 행복한 일상, 짧지만 굵은 하루 등등 많은 부분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삶을 평가하고,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재단하기 때문에 내 삶이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불안을 느끼게 되고, 그런 불안을 달래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인데, 방어기제가 너무 자주, 너무 많이 활용되고, 그것을 철회하지 못하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은 과거다. 현재의 내가 여전히 과거의 나의 등에 숨어서 ‘난 못해, 어차피 잘 안될 거야. 이건 엄마가 싫어할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거 안 하는데, 나는 왜 남들보다 멋지지 않을까?’ 비판하고 비난하고 평가하고 있는 ‘selftalk’을 멈춰야 한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내 삶의 주인은 나야!”
“나는 나의 기준으로 살아도 돼!”
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이런 말을 스스로 하는 것이 쑥스럽고 낯설다면 가까운 누군가에게 애써 부탁해도 된다.
누구나 현실을 살아내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타고난 기질 때문일 수도 있고, 현재의 환경, 주변 사람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를 살게 하는 건 ‘나에 대한 나의 믿음’이어야 하고, 위험요인보다 보호 요인을 더 찾고, 아끼고, 다독일 수 있다면 기어이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현실 검증력에 많은 손상을 경험하는 사고장애 중 하나인 강박장애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집증으로 발전할 수 있고, 다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조현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무기력이나 스트레스로 상담에 오는 내담자는 상담사와 한 팀이 되어 습관적으로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에 대해 의심하고, 그것에 대해 같이 비판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는 반복연습을 통해 비로소 잘못된 사고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니 현재의 내가 경험하고 있는 나의 스트레스를 무시하지 않고, 고통에 둔감해지지 않고,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이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나의 목줄을 당겨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경험의 반복이 중요하다.
즉, 즐거움과 의미 있는 삶의 반복을 통해 나다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