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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섬들의 잔치... 그곳엔 시를 품은 섬이 있다

여수캘리회 황진아 회장 초대전... 12월 31일까지 이어져
“섬의 개성이 담긴 시 구절 택해, 두 달간 반복해서 시집 읽어”
여수시문화원 부원장 맡은 김양호 시인과 콜라보

  • 입력 2023.11.21 07:15
  • 수정 2023.11.21 07:26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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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공항 2층 출국장에 마련된 황진아 초대전 '여수섬들의 잔치'
▲ 여수공항 2층 출국장에 마련된 황진아 초대전 '여수섬들의 잔치'

여수캘리회 황진아 회장이 ‘여수섬들의 잔치’를 주제로 올해 마지막 초대전을 연다. 범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는 여수시문화원 부원장이기도 한 김양호 시인과 콜라보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15일(수) 개막한 이 전시회는 여수공항 2층 출국장에서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 황진아 작 '금오도 비렁길'
▲ 황진아 작 '금오도 비렁길'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을 택해 여수의 섬을 알리는 동시에 누구나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감상하도록 했다. 여수를 찾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발길이 작품 앞에서 멈췄다.

“전시 주제로 ‘섬’을 결정한 후 자료를 찾다 김양호 시인의 시집 ‘섬, 또하나의 그리움’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 두달 전 일이다. 그때부터 매일 책을 들고 다니며 반복해서 읽었다. 처음 듣는 섬 이름은 지도를 통해 위치도 찾아보고 모양은 어떤지 영상으로 확인했다. 섬 하나하나의 특징을 온전히 이해해야 작업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의 전문을 다 담을 수 없으니 작품엔 일부분만 발췌하여 옮겼다. 여자도를 소재로 한 시에서는 노을이 언급된 부분을 고르는 등 섬의 개성이 담긴 시 구절을 택하는 것도 온전히 캘리그라피 작가의 몫이다. '작기미 섬’은 적금도의 방언이다. 금오도를 소재로 한 시는 자음 리을을 길처럼 꼬불거리게 표현해 비렁길을 떠올리게 하는 등 특징을 주었다.”

▲ 황진아 작 '적금도' 
▲ 황진아 작 '적금도' 
▲ 황진아 작 '더덕섬'
▲ 황진아 작 '더덕섬'

전시작품 중에는 ‘더덕섬’이라는 생소한 제목도 있다. 황 작가에 따르면 이곳은 “장도와 진섬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김 시인은 이 섬을 두고 ‘연락선이 오지 않는 곳’ 이라 묘사했는데 그저 감탄만 나오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월 김 시인의 시집 ‘섬 또하나의 그리움’을 받고 줄곧 작품에 매달렸다. 완성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그리기도 했다.”

황진아 작가는 섬과 인연이 깊다. 코로나19로 외부 강의가 중단되기 전엔 섬을 오가며 아이들에게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기도 했다.

“캘리그라피는 사람과 소통하는 나의 방식이다. 같은 문구라도 컴퓨터로 인쇄된 글과 캘리그라피로 쓰인 글은 다른 느낌을 준다. 관객의 마음에 다가가고 함께 호흡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작가로서 미학적 완성도나 성취감을 목표로 작업에 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감상하는 분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게 내게는 더 중요하다.”

서른아홉 살에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어느덧 13년 넘게 활동 중인 중견 작가가 되었다.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페이스가 무너진다”는 그에게 캘리그라피는 업이자 취미생활이다. 전시준비를 하지 않을 때는 혼자 책을 펴고 좋아하는 시인의 글을 옮겨 적는다.

“전시 준비기간에는 펜이 아닌 붓을 든다는 점이 평소와 다른 부분이다. 물론 작업이 막힐 때엔 나 역시 힘이 든다. 그러나 완성한 뒤에 느끼는 그 뿌듯함은 무엇도 대신할 수 없다.”

▲ 황진아 작 '여자도'
▲ 황진아 작 '여자도'
▲ 황진아 작가가 작품 포스터가 담긴 액자를 바라보고 있다.
▲ 황진아 작가가 작품 포스터가 담긴 액자를 바라보고 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여수세계섬박람회를 두고 전시 주제 ‘여수 섬들의 잔치’를 떠올렸다는 황 작가는 앞으로 더 많은 여수의 섬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작품을 감상한 분들이 ‘여수엔 시를 품은 섬이 있다’고 회상한다면 좋겠다”라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그에게 2023년은 “말도 못하게 바쁜 한 해”였다. 특히 지난 6월 8명의 작가와 함께 한 ‘너처럼 예쁜 동시전’은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주었다는 관객의 평을 받으며 SNS 상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반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여수캘리회의 다양한 활동은 캘리그라피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황진아 회장의 사명감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캘리그라퍼란 삶에 치여 척박해진 마음에 글귀 하나 던져주는 직업이다. 예술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부담없이 다가오도록 돕는다. 여수캘리회 회장으로 내가 가진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캘리그라피가 온전한 미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것이다. 혼자서는 벅찬 목표임을 잘 알고 있지만 걱정 없다.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이미 조금씩 이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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