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캘리회(황진아 회장)가 전남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갤러리 린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시전을 선보였다.
오프닝이 열린 13일 갤러리에는 황진아 작가와 함께 박연화, 박계림, 신애란, 서희자, 박미숙, 장유진, 오경자, 강정화 총 9명 작가의 작품 27점이 전시되고 있었다. ‘손으로 그린 문자’ 또는 ‘아름답게 쓰인 문자그림’이라는 어원을 지닌 캘리그라피는 디자인과 서예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인간의 희로애락과 오감을 담는 예술이다.
2022년부터 여수캘리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진아 작가는 '너처럼 예쁜 동시전'을 준비한 의미를 묻자 “어른들의 잃어버린 동심을 끄집어내어 깨끗이 세탁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동시에 어울리게 작가들이 작품에 기교를 최대한 줄여 순수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결성된 여수캘리회의 두 번째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유상국 화가는 축시를 낭독했다. 유상국 화가는 “산과 숲과 나무,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동시로 김용석 시인의 ‘산’을 축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11년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진아 회장은 2015년부터 캘리그라피 강사로 활동하다가 2019년 제주도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너처럼 예쁜 동시전’은 나태주 시인의 시구에서 따왔다. 작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단체전인데 작가들이 전보다 수월하게 작업에 임한 것 같다. 각자 십수 권의 시집을 읽고 직접 글귀를 고르면서 또 상대방과 겹치지 않는 문장을 선정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글귀에 맞는 글씨체, 캔버스 위에 구도를 어떻게 잡을지 오랫동안 고심했다.”
황진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캘리그라피는 붓을 사용해 일필휘지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에 들어가기 전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스케치도 수정 과정도 없어, 글귀를 넣을 것인지 제외할 것인지, 글과 회화의 위치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작가들은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캘리그라피는 총 6개 글씨체가 있는데 이번 전시에는 통일감을 주기 위해 작가들이 두 가지 글씨체만 사용해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꼽자면 일반 회화와 달리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의미를 알아보기 쉽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치고 힘들 때 글을 통해 위로를 받는데, 캘리그라피는 작품 속 글귀가 관람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빠른 시간에 감동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작품에 담으려는 글이 많다보니 전통 문인화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제는 캘리그라피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9월에 순천미술대전이 열릴 예정인데 그때는 더욱 다양한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캘리그라피는 무엇보다 가독성이 중요하다는 황진아 회장은 “단순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각자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시를 잊고 사는 시대에 모두 마음 속에 자기만의 시 한 편 담아두고 살아가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