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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새롭게 만난 '동백'

'동백, 흙으로 피어나다' 변정옥 도예전을 다녀와서

  • 입력 2020.04.17 18:06
  • 수정 2020.04.20 11:54
  • 기자명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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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고목(가운데 항아리)에서 떨어진 씨앗이 작은 나무(주변 컵)를 생성시키는 모습 ⓒ 손현정

남쪽 여수에는 지천에 피는 꽃이 동백이다. 서울 살 때만 해도 동백은 익숙한 꽃이 아니어서 실은 좋아하는 꽃에 속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바다를 안고 피는 동백꽃이 마치 한 동네에 사는 이웃 사촌으로 다가온다. 자주 보니 친숙해지고, 친숙하니 동백이 더 좋아진다. 익숙한 입맛에 손길이 가는 것과 같이 저절로 동백에 시선이 향한다.

‘동백, 흙으로 피어나다’ 도예전. 
여수에서는 전시장에서도 동백이 자주 핀다. 
여수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예가 변정옥 작가를 만났다. 전시장을 들어서니 벽에 걸린 오브제와 전시된 작품들에서 변 작가의 포스가 느껴졌다.

전시장에는 '흙과 불의 조화로 채색된 동백'이 뚝뚝 떨어져 누워 있었다.
"동백꽃이 이렇게도 피는구나"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작품은 숲 속 동백고목에서 떨어진 씨가 작은 나무를 생성하는 모습을 담은 동백 도예 오브제다.
" 아! 동백꽃이 이렇게도 지는구나"

동백도예 오브제 ⓒ손현정

 

도판에 채색한 작품  ⓒ 손현정

또 있다. 도판에 핀 동백이다. 숨죽이며 노심초사해서 탄생시킨 동백꽃들과 두께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얇은 도판에 채색되어 피어난 동백들이 마치 회화작품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구운 도자의 '카리스마'다.

벽에 걸린 오브제 작품은 하나의 테마에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변화를 느끼게 했다. 도판 위에 분장토로 컬러를 입혀 색을 만들어내 입체적인 느낌을 살린 점이 특징이다.

변 작가는 5년 전부터 동백을 소재로 도판에 채색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그는 작품을 구운 후 변화될 색감을 미리 예측하고 작업한다.

흙으로 동백을 표현하고 채색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동백의 느낌을 살리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녀의 열정으로 동백꽃 형상이 온전히 재구성되어 작품 위에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작업이 손에 익어 간략해질 줄 알았는데 갈수록 힘들다. 보는 것, 생각하는 것이 깊어지니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변정옥 도예가가 필자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손현정

타인에게 전달하는 작품도 아쉬움과 애착이 커서 작가는 “가능한 (나를) 잘 아는 분이 데리고 가 주기를 바란다”. 자식같은 작품이 문득 눈앞에서 아른거릴 때 언제든 연락하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흙과 함께, 불과 같은 열정으로 사는 그녀의 장한 손을 만져봤다. 흙을 만진 손답지 않게 그녀의 손은 작고 곱지만 위대하다. 그녀의 손에서 고된 작업으로 힘든 몸의 숨결도 함께 다가왔다.

7월엔 달빛갤러리에서도 전시를 할 예정이다.

이번 변정옥 도예전은 다음달 8일까지다.  전시회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일요일 휴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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