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높은 온도와 습도로 기분과 감정마저 꿉꿉해지고 불쾌지수 상승으로 인해 건들기만 하면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날씨가 이러니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난다고 호소하는 부모님도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화날 때 많으시죠?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아이와 말을 안 한다는 엄마도 있고, 아이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화가 치밀어서 놀이터에도 같이 안 간다고 말하는 아빠도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리 화가 나느냐?’라고 물으면 아이의 행동을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화가 난다고 말을 합니다. 가끔은 일부러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저런 행동을 하나 싶을 만큼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언제 화가 날까요? 놀이나 친구가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아이들도 화를 냅니다. 엄마아빠가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틀어주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고, 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주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이 없을 때 화를 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을 친구가 양보해 주지 않을 때, 놀고싶을 때 못 놀게 할 때, 가고 싶지 않은 데 가야 할 때 화가 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화를 낼 때 부모들은 더 화가 납니다.
“네가 뭘 잘했다고 화를 내!!”
“화내지 말라고 했지!!”
오늘 주제가 화를 못 참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맞을까요? 화는 참아야 할까요? 터트려야 할까요? 아니면 풀어야 할까요?
‘화‘라는 감정을 못 느끼는 건 분명 문제가 됩니다. 화는 굉장히 똑똑한 감정입니다. 불편하다, 힘들다, 곤란하다는 느낌이고 이 상황이 심각해지면 스스로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뇌가 보내는 신호니까 당연히 느껴야 하죠. 그리고 잘 표현해야 하죠.
그런데 화 자체를 싫어하는 부모님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걸 볼 자신이 없고, 해결해 줄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역시 ‘화’를 인정받아 본 적 없고, 해결 방법에 대해 알려준 사람이 없어서 ‘화’라는 감정은 부정적이고, 나쁜 것이니까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 아이가 화를 내면 그렇게 나쁜 걸 내 아이가 하는 꼴을 봐 줄 수가 없는 겁니다.
화로 인해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소시오패스처럼 화를 주체하지 못해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서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라도 본 듯 내 아이와 나의 행복을 빨아먹는 화를 얼른 떨쳐버리려고만 합니다.
그렇다면 화는 터트리는 게 맞을까요? ‘화‘라는 감정은 압력밥솥과 같습니다. 조금씩 김을 뺀 뒤에 뚜껑을 열어야 안전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압력밥솥에 김을 빼지 않고 강제로 열어버리면 밥알과 뚜껑이 모두 날아가서 온 집안이 난리가 납니다. 그래서 터트리면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참을수록 화는 쌓이고, 말하지 못한 감정은 우울함이 되거나 분노와 적개심이 되어 타인을 공격하고 물건을 부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는 잘 풀어야 합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너의 행동으로 인해 엄마는 지금 화가 날 것 같아!”
“엄마의 의견을 네가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가 많이 났어!”
라고 말이죠. 화를 표정으로, 목소리 톤으로, 주먹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상시와 같은 목소리 톤과 빠르기를 유지한 채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말을 하는 것도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친절하고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마치 다섯 살 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엄마가 지금 화가 났어!”
두 번째는 10살 아이에게 말하듯 단호하게 말하는 겁니다.
“너의 행동이 엄마를 화나게 해!!”
세 번째는 아이의 감정이나 행동이 통제 한계를 넘었을 때 장풍을 쏘듯 저 멀리 단어를 밀어내듯 강력하게 말하는 겁니다. “엄마가 화났다고!!” 이때 중요한 것은 표정, 눈빛, 태도가 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알려준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세련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로 가르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부모님의 행동을 보면서 모든 것을 피부로 경험하고 그것을 체화해서 성격으로 다져가게 됩니다. 화가 났을 때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비난과 욕설을 내뱉으면 아이 역시 똑같은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은 다릅니다. 아이의 부모 기준에 맞춰 풀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화 난 거 풀어!! 하나! 둘! 셋!”
이 아니라
“화가 났구나! 네 마음이니 마음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엄마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괜찮아지면 나와서 엄마한테 네가 왜 화가 났는지 말해주면 좋겠어. 엄마는 널 도울 준비가 되어 있거든."
이렇게 설명하셔야 합니다.
화는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표현하고 풀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화를 느낀다는 건 내 아이의 정서가 잘 기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화 자체가 아닌 나와 내 아이의 표현 방식에 더 초점을 두고 변화시켜 나가시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