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분석인 로고테라피를 제창한 빅터 프랭클은 포로수용소에서 매일 아침 생과 사를 넘나드는 줄서기를 했다.
두 줄 중 한 줄은 홀로코스트로 향했고, 한 줄은 살 수 있었지만, 어떤 줄이 죽음에 이르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수용소에 있는 대부분 사람은 매일매일 불안함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는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식음을 전폐하고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애먼 사람에게 분노와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자유롭지 못하고, 먹을 것도 충분하지 못한 데다 매일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자신을 꾸민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빅터 프랭클린은 매일 공급되는 두 잔의 물로 세수하고, 면도하면서 자신을 돌봤다. 그런 빅터를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심리적 고통으로 정신을 놓아버렸거나 놓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았을 것이다.
빅터는 자신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불행을 경험하는 대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기 외모, 감정, 행동들, 즉, 자신을 돌보는 데 조금 더 집중한 것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고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이 온전한 실존
이후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빅터는 자기 경험을 실존주의로 승화시켰고, 삶의 의미와 의지의 중요함을 여러 책으로 집필하면서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실존이란 죽음, 상처, 불안,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실존적 문제와 다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고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이 온전한 실존이라고 이야기했다.
불안은 언제나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사람들의 삶에 침투한다. 전쟁 불안, 가난 불안, 죽음 불안, 취업 불안, 시험 불안, 관계 불안 등이며 같은 이름의 불안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불안에 대해 뭐라 이름 붙이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고, 애써 눌러두었던 불안의 한 꼭지가 건드려지자, 연쇄적으로 다른 불안들이 줄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불안과 두려움은 그것을 건드리는 사건이나 이벤트가 있고, 그것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하지만 8월의 불안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음에도 경험되었기에 더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어쩌면 이벤트라기보다는 사고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어느 한 사람이 나서서 막을 수는 없지만 어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사안이었다.
사람들은 배신감과 두려움, 공포, 불안, 분노와 짜증으로 상담실로 들어섰다. 누구는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자극에 공황장애를 경험하기도 하고, 누구는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맥없이 눈물이 흘러서 왔노라고 했다.
불안으로 인해 예민해진 사람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분노와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 자책하면서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는 원인이 한가지여도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정신적 문제의 양상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뭔가 달라진 분위기와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엄마·아빠가 불안해하고, 연일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염수라는 단어로 인해 자신의 역할이 삶에 불필요한 역할은 아닌지 그리고 자신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이 현실을 살아내기에 아주 작고 힘이 없는 존재임을 경험하면서 불안해한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 누구에게도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 어떤 증상이 드러날지 예측할 수 없고 딱히 이렇다 할 예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또 살아내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한다.
불안함에 나를 물들여 갈 것인가?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내 의지대로 선택하고, 순간순간에 의미를 붙일 것인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다운 삶이며 ‘불안’으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힘이 없고 자기 확신이 부족한 아이들은 부모의 선택을 보면서 삶에 대한 허락을 경험할 것이며, 자유를 경험할 것이며, 온전한 삶을 경험할 것이다.
그 어떤 불안이 나를 위협할지라도 나는 나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우리는 모두 내 삶을 살아낼 의무와 권리가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불안이 나를 위협할지라도 나는 나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짜 실존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안을 쉬이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지행동치료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은 사건이 아닌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감정이 정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부장님을 보면서 화가 났을 때 왜 화가 났는지를 생각해 보면 부장님이 나를 무시한 것 같아서, 또는 나의 인사방식이 부장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부장님이 차별대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부장님이 가족의 사고 소식 때문에 병원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는 소식을 부서 동료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했을 때 여전히 화가 날까? 아닐 것이다.
부장님이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가버린 사건은 그대로지만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그 방식에 따라 감 정도 달라진 것이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나를 재수가 없어,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겨,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거야, 나는 얼마 못 살고 틀림없이 죽을 거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라는 내 생각이 결국 자괴감, 분노, 억울함, 두려움, 불안을 가져오는 것이다.
훈련과 반복을 통해 생각을 바꾸면 세상은 또 다른 색깔로 나를 맞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