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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섬섬길' 따라 간 스케치여행, 완성품을 보실까요?

전국 13명의 회화 작가들이 직접 섬 스케치답사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등 여수 섬의 비경 담은 작품 전시

  • 입력 2020.08.06 15:11
  • 수정 2020.08.27 15:08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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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미술관 '섬 그리고 섬' 전시회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여수미술관(관장 서봉희)이 ‘섬 그리고 섬’이라는 주제로 여수 섬들의 아름다운 경관과 비경을 담은 특별한 전시를 25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3월 화양면과 고흥을 잇는 해상교량 5개교가 개통되면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찾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백리섬섬길’은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면을 잇는 일레븐브릿지의 명칭이다. 여수 돌산~화태(1개), 화태~백야(4개), 백야~화양(1개), 화양~적금(4개), 적금~고흥 영남(1개)을 잇는 총 길이 39.1㎞ 의 해상교량이다. 여수에서 고흥 간 연결 거리인 ‘백리’에 섬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섬섬길’이 더해진 이름으로 지난 2월 공모에 당선되며 정식 명칭으로 채택됐다.

일레븐브릿지 '백리섬섬길' 중 현재 개통된  교량은  화태, 백야, 조발화양, 둔병, 낭도, 적금, 팔영대교이며 월호, 개도, 제도, 화정대교 4개 교량이 개통예정이다.

여수~고흥 연륙연도교 (백리섬섬길 홈페이지)

일레븐브릿지로 연결된 각 섬의 이름은 지형적 특징을 반영하여 붙여졌다.

해가 일찍 떠서 밝게 비추어 준다는 '조발도', 섬의 생김새가 여우를 닮았다고 하여 이리 낭의 ‘낭도(狼島)’, 금이 있다 하여 쌓을 적, 쇠 금 자를 사용한 ‘적금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둔병도'란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수군이 주둔하였던 곳이라는 뜻이다.

바로 이곳 여수-고흥 간 도로 ‘백리섬섬길’을 따라 지난 6월, 13명의 회화 작가들은 섬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작품들은 작가들은 답사 후 다양한 접근을 통해 여수 섬의 아름다움을 각각의 개성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여수미술관 ‘섬 그리고 섬’展을 방문하면 여수 작가 장창익, 이존립, 정원주, 정채열, 서봉희 외 서울, 광주, 진주 작가 권혁춘, 박건우, 금보성, 김복동, 김영신, 박영진, 박은수, 장연희 총 13명의 작가가 그린 5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고향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여수 바다의 아름다움

박은수 작가, '내 고향 남쪽 바다'

박은수 작가의 작품은 보이는 풍경 그대로가 아니라 투어 후 그가 머릿속에 재구성한 모습이 담겨 있다. 어느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가 1박2일간 보고 느낀 것을 총집합한 바다이므로 더욱 의미가 깊다.

고흥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푸른 바다와 석양에 비친 붉고 노란 바다, 바위의 퇴적층, 해가 뜨는 순간 바다의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서 관장님이 기획전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고향 고흥을 떠나 오래 전 광주에 터를 잡았지만 내 작업의 원천은 언제나 유년시절의 기억이다.

이번 전시작품도 현장의 모습 그대로를 옮기지 않고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바다모습과 내음, 궁금증을 일으켰던 무인도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담으려 했다”

 

박건우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작품전에 그야말로 ‘다작’을 내놓은 작가가 있다. A4용지 크기의 액자 속에 들어찬 스케치와 수채화 그림 30점이 미술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작가는 그림마다 장소를 적어놓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진주에서 온 박건우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현장에서 붓펜으로 10분만에 한 작품씩 완성했다고 한다.

“즉석에서 많은 풍경을 그리기 위해 종이를 들고 다닌다. A4용지 크기인 나무액자에 맞춰서 그리게 됐다. 전시가 끝나면 그림은 파일에 보관하고 액자는 재사용한다”

간단한 밑그림도 없이 현장에서 작품 하나를 뚝딱 완성한다. 붓 하나에 여러 색을 묻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20년간 이와 같은 기법으로 작품을 그리고 있다.

전시 작품 중 현장에서 즉석으로 완성한 작품은 7개이고 나머지는 작업실에서 완성한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바다의 풍경을 담는 데 주력한 것과 달리 그는 정박한 배와 포구를 즐겨 그렸다. 크로키처럼 펜을 사용해 완성한 작품도 있다.

“고향은 경남 산천군이다. 지리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어린 시절 바다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서봉희 관장님 덕분에 3일간 여수 바다를 마음껏 구경하고 스케치까지 완성했다. 여수에 와도 섬 방문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다리가 놓여서 너무 좋았다”

박건우 작가 작품, 그림마다 장소를 적어두었다

특히 실외작업을 할 경우 한번에 많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주로 크기가 작은 작품을 그린다. 진주 촉석루 등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TV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진주보다 여수가 볼거리가 많다. 바다를 끼고 섬도 많은 여수는 육지보다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여수에 지인들이 많아 자주 왔지만 스케치 작품을 완성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 덕분에 여수의 매력을 알게 됐다”

금보성, 조발도

한글을 소재로 서울에서 작품을 그리고 있는 금보성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여수의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담으려 노력했다. 그는 투어 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여수 바다를 구경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많은 작가분들과 함께 섬 곳곳을 감상하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섬의 포구에 눈길이 갔다. 배가 정착하는 이곳은 이제 다리가 놓이며 차들이 놓이는 주차장으로 변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쓸쓸했다. 우리의 작품으로 여수가 많이 알려진다고 생각하니 기쁘다.

같은 장소라도 작가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스케치 방법도 다르다. 섬세한 관찰을 통해 각각의 섬이 하나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났으니 전시회를 방문한 분들이 이번 기회에 여수의 섬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

 

단시간에 완성하느라 난로 켜고 작품 말리기도..  작가들의 열정의 결과

김상례 화가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회를 방문한 지역 작가들도 있었다.

김상례 작가는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우리 섬을 돌아다니며 직접 작품으로 완성했으니 정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수수하게 빛나는 작품들이다. 낭도, 조발도를 담은 작품의 바다 색깔이 그때 내가 본 바다와 같아서 즐겁다. 특히 박건우 작가님의 스케치는 존경스러울 정도다”라며 감탄했다.

소리기획을 운영하는 임호상 씨는 “다양한 작가가 여수의 섬을 주제로 완성한 작품을 보니 마치 뷔페에 온 것 같다. 어느 하나 빠지는 작품이 없다. 작가들이 단시간에 영감을 얻어 완성한 작품들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섬 여행에서 작품 전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만큼 참가작가 못지 않게 여수미술관 서봉희 관장도 전시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서 관장은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동안 여행에 작품까지 완성해주신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촉박한 시간 탓에 물감이 마르지 않아 한여름에 난로를 켜고 작업하신 분들도 계신다. 이들의 수고 덕분에 오늘 오프닝이 무사히 열릴 수 있었다”고 참여 작가들에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오프닝을 마치고 13명의 작가들은 모두 여수밤바다 투어를 떠났다.

한편, 여수미술관 특별기획전 ‘섬 그리고 섬’ 展은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후원하는 전시사업이다.

오는 9월 여수시립쌍봉도서관(9.3-10.31)과 11월 서울금보성아트센터에서(11.26-12.5)로 이어지는 순회전으로 작가 및 지역민과 교류하면서 여수 섬의 매력을 전국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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