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를 비롯한 전국 사회, 노동, 교육단체를 망라한 33개 단체로 구성된 고 홍정운 학생 1주기 추모위원회가 6일 오후 6시반 웅천공원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6일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 고 홍정운 군은 웅천 이순신마리나 선착장에서 7톤급 선박 아래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던 중 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0분이 지나서야 요트업체 사장은 119에 구조신청을 하였고 병원으로 이송된 홍 군은 결국 사망했다. 고 홍정운 군이 현장실습에 나선 지 10일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후 각종 언론을 통해 홍정운 군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잠수자격증이 없는 홍 군이 무거운 납벨트를 차고 만 18세 미만에게 금지된 잠수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홍 군이 지시받은 선박 밑바닥 따개비 제거 작업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잠수사도 3인1조로 나서야 할 만큼 위험한 작업이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여수 웅천공원 일대에서 치러진 추모식은 유가족인사 및 추모사, 추모영상 상영, 추모시 낭송, 추모위원회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최관식 지부장은 “우리 정운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자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긴 1년을 보내셨을 홍정운 군의 아버지, 어머니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우리는 우리에게 남겨진 몫과 또다시 현장실습을 나가야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정운 학생들의 후배들이 정운 군이 밝혀놓은 길을 따라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어야 한다. 오늘 추모는 새로운 다짐의 자리이다. 우리 학생들이 자신있게 운명을 스스로 열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의 몫을 다 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 홍정운 군의 아버지 홍성기 씨도 “정운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며 추모식 참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홍성기 씨는 “정운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그 누구보다 앞서서 아파해주고 해경과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대책마련을 촉구한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운이의 희생이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변화를 향한 바람도 전했다.
“어린 학생들을 그저 값싼 인력으로 치부하는 잘못된 관행이 문제라고 이야기해주고 우리 가족이 정운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만들어주심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은 정운이 없이 1년을 살아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날 정운이의 빈 자리를 느끼며 살아가겠지요. 아들이지만 든든한 친구 같았던 정운이가 그립지만 하늘에서 지켜보는 정운이를 생각합니다.
저는 저와 같은 아버지가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정운이의 희생이 현장실습을 나가야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등불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제도가 잘못 되었다면 제도를 고치고 생명보다 돈을 크게 여겨서 그리 되었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학교 교육이 부족했다면 교육을 더 충실하게 짜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정운이가 그런 의미에서 큰 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합니다.
정운이가 짧은 생을 살았지만 큰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은 더 큰 힘을 내어보겠습니다. 정운이를 잊지 않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센터장은 진행 중인 법적 상황을 알렸다.
송정미 센터장에 따르면 사고 이후 작업을 지시한 요트업체 대표 황 모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발생사업장 정기감독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해당 업체에는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다. 현재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며 피고인은 업체대표 황모 씨와 전라남도교육감이다.
송정미 센터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기 계신 분들과 국민 모두가 현장실습제도를 개선 또는 폐지하는 데 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홍정운 군의 친구들은 홍 군을 향한 편지를 낭독하고 추모노래 '밤하늘의 별'을 개사해 불렀다.
'밤하늘의 별'은 홍정운 군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라고 소개한 친구 이재욱 군은 “제대하면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해 응급환자가 부르면 바로 달려가 안전하게 병원까지 데려가고 사람들을 살리는 일을 할 거야, 지금 당장 보고 싶지만 잘 참다가 다시 만나자.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라고 홍 군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추모위원회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2022년 교육과정 개편과정에 산업안전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을 지정해 노동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참여자들은 홍정운 군이 잠수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간 마리나 부근으로 이동했다. 국화와 촛불을 든 시민들은 묵상 후 헌화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문수동 주민 김슬비 씨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 잊혀지면 안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웅천중학교 학생들도 함께 추모했다. 3학년 임연정 양은 “우리 사회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고, 강윤서 양은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모식이 열린 6일 전남교육청은 안전과 노동인권을 보장하고 교육과정 정상화를 강화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개선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주최한 ‘고 홍정운 군 1주기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특성화고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