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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든 인파에 섬이 잠긴다 "떠나요 '꽃섬'여행"

[하화도 여행] 꽃섬에 꽃이 없다...야생화 2만주 심은 꽃섬에서 만난 꽃심는 사람들

  • 입력 2017.04.10 11:52
  • 수정 2017.04.10 17:42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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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 꽃섬길

"꽃섬이 잠기고 있어요. 섬을 찾는 수많은 인파 때문에...."

요즘 전남 여수 화정면에 위치한 하화도 '꽃섬' 풍경이다. 진짜 섬 이름이 꽃섬이다. 2년 전부터 도로명 이름이 바뀌어 상화도를 웃꽃섬, 하화도를 아래꽃섬이라 부른다.

이곳에 가려면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섬까지 20분 걸린다. 주말을 맞아 아들과 떠난 하화도는 섬 모양이 마치 누워있는 해마를 닮았다. 여의도 면적의 1/11크기의 작은 섬이다. 여객선이 아침 8시, 11시 30분, 2시 50분에 있다. 주말에는 마을만 다니는 예비선이 운항중이다.

6.9km 하화도 꽃섬 트레킹

꽃을 만나다. 꽃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심
한 관광객이 하화도 꽃섬 벽화마을을 지나고 있다. 벽화에 적힌 섬이라는 시에서 누구든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누구든 외로워라는 문구가 가슴을 인다

많은 꽃을 기대하고 섬을 둘러본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면 '꽃섬에 꽃이 없다'. 나만의 생각일까? 그닥 낭끝전망대와 시짓골전망대 구간에는 유채꽃이 만발했다. 또 지고 있는 동백꽃과 구절초 공원 그리고 애림민야생화 공원에만 꽃을 볼 수 있었으니 정작 꽃이 없는 꽃섬의 아이러니다.

이날 섬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에서 온 최인숙(60대)씨는 "이쁜꽃을 보러 섬까지 왔는데 아직 꽃이 안 피어 하화도의 맛을 못 느꼈다"면서 "꽃섬에 꽃이 별로 없어 실망했다"라고 전했다.

포항에서 온 이동길(56세)씨는 "꽃섬길로 유명해 찾았는데 꽃은 별로 못 봤지만 인심 좋고 공기 좋고 트레킹코스가 좋았다"면서 "단지 여자화장실이 좀 좁다. 꽃이 좀 덜 만개해 5월에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채꽃 만발한 하화도 꽃섬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하화도 꽃섬 트레킹길은 총 6.9km 거리다. 보고 즐기는데 넉넉잡아 2시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꽃에 실망했다면 2시간 동안은 섬에 푹빠진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장관인 전망대 때문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첫 낭끝전망대가 나온다. 이후 시짓골전망대 - 순넘밭넘전망대 - 큰산전망대 - 깻넘전망대 - 덕산전망대로 이어진다. 360도로 섬을 삥돌아 남해안의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도 작은 꽃섬이 가진 이곳 만의 맛이다.

출렁다리를 걸으면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 스릴을 만끽한다
협곡을 연결한 길이 100m, 높이 65m의 하화도 출렁다리 모습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협곡

요즘 이곳은 '출렁다리'가 생겼다. 원래 덕산전망대 끝에서 장구도를 연결하려 했으나 허가가 나오지 않아 그 예산을 투입해 꽃섬다리 협곡에 출렁다리를 세웠다. 앞으로 펼쳐질 섬관광의 안목이 없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꽃섬에서 만난 한 여수시민은 "예초 계획대로 하화도와 장구도를 연결하고 먼 훗날 상화도로 다리를 잇는다면 꽃섬 트레깅길은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음 할 수 있었을 법도 한데 이게 뭐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꽃섬에 꽃이 없다는 말이 가장 듣기 힘든 말..." 

아래꽃섬 임광태(57세) 이장은 "꽃섬에 왔는데 꽃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는 이장으로서 제일 답변 드리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하와도의 유래는 임진왜란 시절 인동 장씨가 뗏목을 타고가다 꽃이 만발해 최초로 사람이 머물렀다 전해진다. 이후 임진왜란이 끝나고 승리를 알리려 지나가던 중 구절초와 동백꽃이 만발해 물 한 모금 마시려고 왔다가 이곳에 만발한 꽃들이 너무 아름다워 상화도와 하화도로 이름을 붙였다.

이 섬은 한때는 약 300여명이 살았으나 현재 24가구 32명이 살고 있다. 당시 미역과 김양식으로 소득이 높았는데 아이들 교육 때문에 하나하나 섬을 빠져 나갔다. 어느 섬이건 아이들이 보기 힘든건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분교는 폐교된지 30여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곳 섬주민들은 노년이 여유로워 보인다. 현재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음식점 4군데가 몰려든 관광객들로 쉴틈이 없다. 파전에 막걸리 한잔이라도 먹고가야 그나마 섬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6회 꽃섬 음악회에서 관광객을 사로잡은 김영곤씨가 사회를 보고 있다. 김씨는 구수한 전라도 입담으로 두시간 동안 발길을 붙들었다.

섬을 떠났다가 귀향 5년째인 아래꽃섬 임광태(57세) 이장은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아직은 꽃이 부족하다"면서 "모든 것을 시나 도에 바랄 수 없지만 꽃섬에 왔는데 꽃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는 이장으로서 제일 답변 드리기가 힘들다"라면서 "꽃은 없더라도 모든 분들이 옷색깔이 가지 각색이여서 그런 분들이 꽃이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곳은 지금 진달래와 벚꽃 유채꽃이 만발했다. 현재 하루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주말이면 하루 2000여명이 몰린다. 작년에는 관광객 4만7000여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1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렁다리가 생겨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요 볼거리는 둘레길, 전망대, 꽃섬다리인 출렁다리다.

꽃섬에는 꽃을...꽃심는 사람들

아름다운 꽃섬길 가꾸기 행사를 6년째 진행중인 여수꽃사모 박근호 회장이 모종을 든 모습

이날 다양한 행사도 펼쳐졌다. 오전에는 '아름다운 꽃섬길 가꾸기 행사'와 오후에는 '꽃섬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꽃사모와 예암네트등 10여개의 단체가 참가해 야생화인 구절초와 쑥부쟁이 2만본을 심었다.

여수꽃사모 박근호 회장은 "매년 2번씩 봄에는 모종을 심으면서 음악회를 하고 가을에는 꽃이 피었을 때 음악회를 하는데 올해 6회째다"라고 말했다. 꽃을 심은 뒤 소감을 묻자 이것만은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얼마 전 개통한 출렁다리 공사 때문에 예쁜 꽃길이 훼손됐습니다. 보도블록이 파손되었으나 복구를 하지 않았고 해안가 난간대도 다리공사로 뜯겼는데 그대로 놔둔 채 복구가 안됐습니다. 시 관광과에서 마을에 책임을 넘기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포클레인 공사후 흙을 복구해야 하는데 흙덩어리가 많아 꽃을 심기가 어렵습니다. 시급한 복구가 필요합니다."

꽃을 심은후 사진을 찍고 있는  요양시설 '진달래마을'  직원들의 모습
꽃가꾸기에 참가한 안심초 5학년 박수윤 학생(우측 두번째)과 일행의 모습

꽃가꾸기에 참가한 진달래마을의 신미경 원장은 "텃밭이나 화분도 관리가 힘든데 꽃섬에 꽃을 심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면서 "꽃을 심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뜻 깊다"고 말했다. 안심초 5학년 박수윤 학생은 "하화도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멀리서 봤을 때도 멋졌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멋지다"면서 "오늘 심은 꽃이 잘 자랐는지 다시 오고 싶다"라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꽃섬 음악회에서 만난 부산 양지라이온스클럽 최희정(59세)씨는 "이곳에 사는 회원이 있어 꽃을 심으로 왔다"면서 "꽃도 심고 음악회도 참가한 잊기 힘든 섬여행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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