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번의 해고, 10년 만에 복직 결정, 어떤 사연 이길래

한국남동발전노사합의로 2명 원직복직 결정 "노동존중시대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

  • 입력 2018.09.01 13:57
  • 수정 2018.09.02 08:50
  • 기자명 심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번의 해고로 11년만에 복직된 이준상씨의 모습

"세 번의 해고! 세 번째 복직! 오늘이다. 10년만이다! 목이 메이면 말만 안 나오는 게 아니고 글도 안 써지는구나!“

해고된지 10년 만에 현장에 복직된 이준상씨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국남동발전(주)여수화력발전소로 복직한 그의 복직소식은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

전남 여수에서도 '노동존중시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해고자 복직 훈풍이 솔솔 불고 있다. 지난 6월 27일 한국남동발전 노·사 대표는 2명의 '해고자 복직 노사합의'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이준상씨와 김인씨의 복직이 결정되는 유례없는 노사합의가 이뤄져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노동존중' 대승적 결단내린 한국남동발전노사 

두 사람은 소정의 인사위원회 행정절차를 거쳐 원직복직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남동발전노동조합(이하 남동발전노조)은 “해고자 복직의 단초를 마련한 이상 해고자 복직위원회의 이견사항을 좁히고 더 많은 해고자 복직쟁취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남동발전노조는 ‘노동자에겐 사형선고, 해고! 남동 가족 여러분 해고자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해고자 복직챙취! 노동현장특보 소식을 전했다. 한국남동발전노조 배찬호 위원장의 심금을 울리는 글은 가슴을 먹먹케 한다.

노조는 “분사 이후 18년 동안 우리는 13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면서 해고 사유도 ‘가지각색‘ 이지만 모두가 같은 해고자 아닐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해고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엔 세상은 너무 무심하지만 당당히 해고를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다”라며 “어느 노랫말처럼 이런 사람 또 없을 것 같은 해고자 한사람”을 소개했다. 바로 이준상 조합원의 이야기였다.

노조는 이어 “조합원들에게 짐이 될 수 없다며 해고 확정을 받은 그는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도 없었다”면서 “자녀들을 위해 퇴직금을 수령하고 가족과 결별해 자연인으로 돌아가 고향 산전에서 칡과 잣을 채취해 지인들께 판매도 하고 민생고 해결을 위해 노력 했지만 결코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라고 한탄했다.

노사합의로 2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킨 남동발전 노보 소식지

덧붙여 “어렵게 보일러 정비공으로 교육원에서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로 생활하며 세상속에서 잊혀 갔지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홀연히 나타나 망쳐버린 나라를 구해야 한다며 촛불을 높이 쳐들었다”면서 “노동자들과 문재인 정권을 창출하는데 일조했지만 아무 일도 없던듯이 시골로 다시 돌아갔다”라면서 “보다 못한 후배들은 부끄러움에 용기를 내어 그를 우리가 사는 세상 한 구석에 자그마한 자리를 마련해 줬다”라고 밝혔다. 고뇌에 찬 배위원장의 글은 마지막 이렇게 마무리 됐다.

“10년 전에 해고 되었던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며 주위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6개월여 동안 3,000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며 임·단협 체결을 이뤄냈고, 그가 해고될 때 민주노총 소속이었지만 이런 활동을 하는 곳은 한국노총이었다. 그는 변절자인가? 진정한 현장 활동가인가? 체면과 허세의 사슬을 끊고 진정 힘겨운 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었다. 이제 나는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할 수 있도록 복직서명을 하려한다.”

해고와 구속! 가시밭길 인생, 마침내 현장으로...

복직 기쁨나누는 동지들(왼쪽부터 이승호 여수화력지부장과 이준상씨 그리고 오른쪽 배찬호 한국남동발전노조위원장의 모습)

세 번의 해고. 그리고 10년 만에 현장에 복직된 이준상(53세)씨의 이력은 화려하다. 

89년 한전 입사후 노조민주화투쟁으로 96년 구속됐다. 2002년 발전소분할해외매각투쟁으로 1차해고를 당했다. 해고시절 민주노동당 여수위원장과 전남도당위원장을 역임했고 GS칼텍스 시민범대위와 현대하이스코 범대위활동 그리고 여수이주노동자 인권센터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5년 복직되어 2006년 발전노조위원장에 당선된다. 하지만 그의 삶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당시 발전5사통합, 발전공사설립과 비정규직철폐를 내걸고 파업투쟁으로 2차해고를 당한다.

이후 2007년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로 복직되었으나 이명박 정부시절 법정소송이 이어져 2008년 10월 대법원에서 다시 3차해고를 맞이했다. 이명박근혜시절을 거치면서 복직활동을 접고 귀향해 농사와 비정규직노동자 살았다. 국정농단사건후 촛불집회투쟁 이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노동선대위활동에 나선 그는 2017년 12월부터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비정규직본부장으로 활동을 이어오다 지난 31 일 한국남동발전(주) 여수화력발전소로 원직복직이 이뤄졌다.

복직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준상씨는 “20여 년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때로는 아프고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보람과 긍지를 가졌다”면서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복직의 기대와 활동도 포기하고 지냈으나 후배 위원장과 지부장, 조합원들은 저의 복직투쟁을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복직의 모든 영광과 고마움은 남동발전노조위원장과 전국의 지부장. 조합원들에게 돌리고 싶다“라고 감격해 했다.

그는 이어 “제가 1차로 복직의 길을 열었으니 나머지 발전회사의 해고자들도 반드시 복직될 것을 기대하고 노력하겠다”면서 “여수화력에도 한명의 해고자가 남아있어 마음이 무겁다. 노동존중시대에 맞춰 노사합의 복직의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사장과 노조위원장에게 감사드린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