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국제이해교육에 참여한 강사들이 강의한 내용은 각 나라별로 차이가 나지만 내용은 같다. 출신 국가별 국기, 국가, 문화, 음식, 과일, 기호, 교통수단, 축제 등 다양하다.
필리핀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로살리는 교수법이 뛰어나다. 자칫 소란스러울 수 있는 교실 분위기를 완전히 휘어잡는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는 교실이 활발하다.
그녀는 설명하다 한국말이 막히면 영어로 설명한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이자 영어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로살리의 수업을 들었던 주혜량(2년) 양의 소감이다.
"책 속에서 눈으로만 보았을 때는 지루했지만 이렇게 직접 강의를 들으니 생동감 있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다녀온 필리핀이었는데도 전혀 모르는 풍습과 모습을 배웠어요. 필리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디아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여수로 시집온 지 5년째다. 아직 한국말이 서투르지만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기 위해 밤새 교안을 작성하고 파워포인트를 작성했다. 그녀는 한국과 수만리 떨어진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가 한국과 가진 인연을 설명하기 위해 스탈린 시절 한인 강제이주의 역사를 설명했다. 그녀가 사진 속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김치가게를 설명하자 아이들이 "우와! 거기도 한국 사람이 살아요?" 하며 놀란다. 디아나 수업을 들은 서준석(2년) 학생의 소감이다.
"넓은 대륙의 나라라 그런지 우리 문화와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있었어요. 옛 러시아 ‘차르‘가 입었다는 옷은 굉장히 사치스럽네요.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교류를 하고 있었죠. 저도 러시아의 전통 장난감인 마트로시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러시아에서도 우리나라 김치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요. 내년 여수엑스포에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오면 ‘사알롬‘이라고 인사해보겠습니다."
몽고 출신 바야르씨가 수업하는 옆 반으로 들어갔다. 대형 TV에 보이는 사진은 몽고반점이 선명한 갓 태어난 아기사진이다. 한국민들의 혈통이 몽고에서 유래했다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조선족인 조희선씨는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 출신으로 한국에 시집온 지 15년째이다. 한국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여수로 시집왔다. 그녀가 자신을 "일제 때 할아버지가 하얼빈으로 이주해간 조선족이라며 하얼빈이 어디인지 알아요?"하고 묻는데 몇 명만 안다고 하자 "안중근 의사는 알죠? 그분이 활동하던 곳이 하얼빈이에요" 하자 "아~아!" 하고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중국 문화와 역사 등을 전해들은 이희선(2년) 학생의 소감이다.
"신선해요. 우리의 뿌리, 요하문명의 한족에 대해 잊혀진 느낌이었는데…. 몽골과 남송 쪽 한족들과 연합한다면 우리의 소원인 통일도 가능해 보여요. 그렇게 된다면 극동아시아의 아름다운 문화를 다시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사이 에이꼬씨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 그녀가 한국 학생들에게 부탁한 내용이다.
"일본과 한국은 옛날부터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안 좋은 역사도 있었고 좋은 역사도 있었어요. 가깝게 살면서 서로 사이좋은 이웃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눈을 여수라는 곳에만 두지 말고 여수를 넘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는 리더가 되어줬으면 합니다"
길림성 출신 조선족인 이춘봉씨는 북경에서 비서학을 전공한 후 한국인들의 중국어 교육을 전담하다 한국으로 시집왔다. 학생들에게 중국에 대해 설명한 후 간단한 중국노래를 가르쳐준다. 즐겁게 따라하던 학생들은 금방 손가락으로 율동을 하며 노래한다. 그녀는 여수 다문화 국제이해교실 강사팀 총무다. 그녀에게서 수업이 끝난 후 그동안 10여 차례 강의를 한 강사들의 소감을 들었다.
"초등학생들은 대체로 집중이 안 돼 재미있게,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했고, 중학생은 문화와 풍습 등의 지식 위주 수업을 했어요. 여수 시내 10여 개 학교를 돌며 수업을 마친 강사들의 일치된 견해는 이제 우리도 한국 사회에 뭔가 보람찬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행복해해요.

현재 한국으로 시집와 사는 결혼이주민들은 13만6556명(2010. 6. 30. 기준)이나 된다. 이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120만 명이나 되는 다문화시대다. 다인종 다문화시대를 맞아 문화적 편견을 버리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