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고흥반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최적의 드라이브코스다. 최근에는 일레븐브릿지가 개통되며 여수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이곳 고흥반도 맨 끝자락에는 폐교가 된 도화초등학교 단장 분교를 리모델링한 도화헌 미술관이 20년 넘게 지역을 지키고 있다.
고흥에 진입한 후에도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야 마주할 수 있는 땅 끝에 위치해 ‘지나가다 우연히’ 들르기 힘든 곳이다. 여수에서 왔다는 말에 박성환 관장은 "어떻게 알고 왔냐"고 놀라워했다.
고흥군 도화면 단장리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20년 전 박성환(61) 관장이 폐교인 도화초등학교 단장분교를 매입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고 이후 지역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는 전시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자가 방문한 13일에는 설을 쇠러 고향으로 떠난 직원 대신 박성환 관장이 혼자 미술관을 지키고 있었다. 현재 전시회는 열리지 않지만 박 관장 개인 소장품을 진열해 내부는 썰렁하지 않았다. 들어오는 입구 벽면부터 전시가 시작되고 있어 사람보다 작품이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폐교를 재사용한 미술관답게 벽에 덧붙인 종이와 나무바닥이 눈에 띄었다.
폭이 좁은 복도 바닥에는 그동안 발간한 전시 책자가 쌓여 있었고 벽에는 작가들의 이력이 적힌 명판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 벽에 작품이 걸려 있었다. 여타 전시관에 비해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하기 불편한 구조지만 바로 이것이 폐교 미술관만의 매력이다.
박성환 관장은 지난 20년간 1,2월을 제외하고 매달 전시를 열어왔다. 매년 10회 이상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셈이다. 전시기간은 무조건 한 달이다. 매달 1일이면 새로운 전시가 시작된다. 그의 부지런함도 이곳 미술관이 주민들과 작가들의 사랑을 받는 데 한몫했다.
“작가들이 이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전시 후에 작품이 잘 팔리거나 (주민을 제외하고)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전시를 열고 싶어 하는 작가들이 많다. 아마 폐교 특유의 느낌과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주변 자연풍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적은 수라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비결은 SNS다. 새로운 전시가 열리면 항상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또 전시회를 준비할 때 제가 직접 작가들의 작품을 미술관으로 실어나르고 다시 가져다드리니까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팸플릿도 제가 직접 만든다. 저 역시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작가들의 고충을 잘 이해해 최대한 배려해드리고 있다.”
이 사립미술관은 그의 작업실이기도 하다. 20년간 혼자 맡아 운영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미술관에서 살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고흥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어떤 매력에 이끌려서 이곳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걸까?
“자연이죠, 자연. 또 매달 전시회를 열다 보니 다른 일에 한눈 팔 수가 없어요. 매달 새로운 전시회를 공짜로, 가장 빨리 감상할 수 있는 이 일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고흥은 곳곳이 조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 미술관에서 보는 경치도 좋아요. 누군가 저 다음으로 이 미술관을 맡아서 잘 이끌어가줬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그런 사람이 없네요. 그렇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이 미술관을 지키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