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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앞바다는, 지금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고흥구조대와 거문도 청결활동
육지에서 바다로 밀어넣은 커다란 수레가 발견되기도
갈수록 늘어나는 해양쓰레기, 어민과 관광객의 인식 변화 절실

  • 입력 2021.11.14 22:20
  • 수정 2022.03.10 14:05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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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수중정화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종현
▲거문도 수중정화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종현

여수와 고흥의 해양환경인명구조대가 거문도 인근 해양 수중정화에 나섰다.

오전 8시반 고흥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거문도행 배를 타기 위해 봉사자들을 주말 아침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고흥 녹동에서 쾌속선을 탄 구조대와 봉사자들은 오전 10시 섬에 도착해 청결활동에 들어갔다.

여수해양환경인명구조대는 올해 여름 1박2일로 거문도청결활동을 계획했으나 오전에 여수서 출발하는 거문도행 배가 사라지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그러나 늘어가는 해양쓰레기를 견디지 못한 거문도 주민들이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고흥 녹동에서 출발하는 선박을 타고 거문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바닷속에서 쓰레기와 불가사리를 줍는 다이버  ⓒ양석훈
▲바닷속에서 쓰레기와 불가사리를 줍는 다이버  ⓒ양석훈

이날 청결활동에는 한영대학교 학생과 여수시 자원봉사센터가 함께 했다. 거문도는 여수시내보다 날씨가 훨씬 따뜻하다. 초겨울이지만 바람도 세지 않아 박근호 대장은 다이버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바닷속에 들어간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잠수부는 커다란 수레 하나를 줄에 묶어 올려보냈다. 뭍에서 기다리던 봉사자들은 힘을 합쳐 수레를 끌어올렸다. 고장난 수레를 쓰레기장에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바닷속으로 밀어버린 것으로 다이버는 추정했다. 이후로도 잠수부는 계속 부피가 큰 쓰레기를 끈에 매달았고 육지에서 기다리던 봉사자들은 줄을 잡아당겨 쓰레기를 끌어냈다.

▲ 뭍에서 기다리던 봉사대원이 쓰레기가 매달린 줄을 당기고 있다  ⓒ전시은
▲ 뭍에서 기다리던 봉사대원이 쓰레기가 매달린 줄을 당기고 있다  ⓒ전시은
▲ 바닷속에서 발견된 수레 ⓒ박근호
▲ 바닷속에서 발견된 수레 ⓒ박근호

잠수대원 외에도 일반 봉사자들은 테트라포드 사이사이에 끼인 쓰레기를 마대에 담았다. 조업을 하고 바다에 버린 밧줄과 그물이었다. 특히 두껍고 긴 밧줄이 방파제 사이사이 끼어있으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빼내야 한다. 봉사자들은 밧줄을 제거하지 못해 인근 가게에서 톱을 사와 조금씩 잘라가며 제거했다.

김명진 봉사자는 “밤에 물이 차면 바닷물에 밀려온 쓰레기가 돌 사이사이에 끼인다”며 “아무리 청소를 해도 이같이 쓰레기가 남아 있으면 청소를 한 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위틈에 매달린 줄을 톱으로 자르고 있다  ⓒ전시은
▲바위틈에 매달린 줄을 톱으로 자르고 있다  ⓒ전시은

방파제 곳곳에는 버려진 스티로폼과 밧줄, 나무판자가 많았다. 한 봉사자는 “치워도 치워도 쓰레기가 끝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쓰레기가 묶인 밧줄을 끌어올리는 봉사자도, 물 속에서 쓰레기를 주워 매다는 잠수부도 모두 고생스러웠다. 버린 지 오래되어 조개껍데기가 가득찬 어망은 아무리 주워도 또다시 나타났다.

▲ 어망에 이끼와 따개비가 붙어 있다 ⓒ전시은
▲ 어망에 이끼와 따개비가 붙어 있다 ⓒ전시은
바닷속에 버려진 철제 책상  ⓒ전시은
▲바닷속에 버려진 철제 책상  ⓒ전시은

누가 버린 건지 알 수 없는 철제 책상도 바닷속에서 발견됐다. 오래되어 녹슬고 이끼가 잔뜩 끼어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는 쓰레기를 줍는 잠수부의 눈에는 거대한 쓰레기통이었다. 하지만 무거운 납을 두르고 바닷속에 들어간 그들은 고단하면서도 한편으로 스스로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바위 사이에 낀 밧줄을 불편한 자세로 끊어내는 봉사자도, 잠수부도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쓰레기로 가득찬 마대 ⓒ전시은
▲쓰레기로 가득찬 마대 ⓒ전시은

테트라포드 사이사이에 낀 쓰레기도 마대에 담으니 양이 어마어마했다. 잠수를 할 수 없는 대학생과 자원봉사자가 주운 쓰레기다.

바닷속에서 올라온 박 대장은 “이렇게 쓰레기가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물속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방치되어있다. 폐어망과 불가사리가 많다. 끌어올린 쓰레기는 우리 힘으로 올릴 수 있는 크기만 골라서 줄에 묶은 것이다. 이외에도 대형쓰레기가 많은데 그것은 크레인을 동원해야 한다”

고흥구조대 유병희 대장은 “쓰레기가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바닷속에 쓰레기가 많은데 공기통에 공기가 부족해 줍지 못하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바닷속에 버려진 통발  ⓒ박근호
▲바닷속에 버려진 통발  ⓒ박근호

잠수대원의 말에 따르면 해양쓰레기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 고흥구조대 초대 단장을 맡았던 최정식 대원은 “바닷속에 오랫동안 박혀있는 쓰레기가 썩어 악취를 풍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다이버로 활동하고 해양환경모니터링단체와 일한 적 있는 최정식 대원은 쓰레기로 가득한 해양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부에서 플라스틱부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스티로폼 부표가 값싸고 부력이 좋다는 이유로 사용이 줄지 않고 있다. 홍합 등을 양식하기에는 스티로폼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흥에서는 김, 미역, 다시마 등의 양식을 하는 어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어업에서 스티로폼 사용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육지에서 청결활동을 한 전남대학교 해양바이오식품학과 2학년 김주희 봉사자는 모두모아봉사대 박주연 대원의 자녀다. 그는 해양구조대와 여러번 청결활동을 함께 했다. 김주희 봉사자는 “갈수록 해양쓰레기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오늘 쓰레기를 담은 마대자루 수도 여러 개지만 아직도 줍지 못한 쓰레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모두모아봉사대 박주연 대원과 김주희 대학생 봉사자 ⓒ전시은
▲모두모아봉사대 박주연 대원과 김주희 대학생 봉사자 ⓒ전시은

한영대 석유화학공정과 윤영기 봉사자 역시 해양청결활동에 참여한 적 있다. 윤 씨는 꽃사모 회원이다. 그는 “지난번에도 함께 청소했는데 여전히 바다에 쓰레기가 많다. 여수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바다에 쓰레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로 꾸준히 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구조대와 봉사대원이 수거한 수중쓰레기는 300키로, 해양쓰레기 1천키로, 불가사리는 50키로에 달한다. 

해양환경인명구조대 여수구조대는 오는 20일 여수해양공원과 28일 고흥 연홍도 수중정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영대학교 윤영희 학생 이 따개비가 붙은 어망을 들어보이고 있다ⓒ전시은
▲한영대학교 윤영기 학생 이 따개비가 붙은 어망을 들어보이고 있다ⓒ전시은
▲ 녹슬고 따개비가 붙은 해양쓰레기 ⓒ전시은
▲ 녹슬고 따개비가 붙은 해양쓰레기 ⓒ전시은
▲거문도 수중정화활동에 참여한 잠수부와 봉사자 ⓒ정종현
▲거문도 수중정화활동에 참여한 잠수부와 봉사자 ⓒ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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