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수시 남면 안도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다섯 살 무렵 아버지는 한겨울 담요 포대기로 둘둘 싼 나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섰다.
아버지는 갯바위 한쪽에 얌전히 앉힌 후 내 손에 대나무 낚싯대를 쥐어주셨다. 바닷바람에 손이 시려울텐데 갯바위에 붙어있는 고담치를 돌로 깨어 내 앞에 밑밥으로 뿌려주셨다. 고담치는 감성돔이 좋아하는 먹이다.
섬사람들에게 낚시는 생업!
그때는 미끼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아버지는 마을 아래 몽돌밭에서 호미를 이용해 갯지렁이를 잡고 낚시바늘에 끼워주셨다. 덕분에 아버지와 나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감성돔, 볼락, 노래미, 망상어를 대바구니 하나 가득 낚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기다리는 어머니에게 대나무 낚시로 낚은 생선을 드리면 어머니가 이를 다라니에 이고서 십리나 되는 큰마을 안도까지 가신다. 감성돔은 제사상 굴비로 볼락과 노래미는 동네 주막에 안줏거리로 사용되기 때문에 잘 팔린다. 어머니가 고기를 판 돈으로 우리는 보리와 생필품을 사서 생계를 유지했다. 섬 사람들에게 낚시는 곧 생업이었다.
그러나 고기를 잡아다 생계를 유지하는 그 시절, 해양쓰레기라고는 어린 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흘린 콧물과 오줌 뿐이었다. 오염이 될래야 될 수 없는 갯바위 낚시터는 55년이 흐른 지금, 플라스틱 같은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는 곳으로 변했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한국이 국민소득 1인당 3만불을 넘어 4만불 시대를 바라본다며 세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한국은 해양쓰레기 문제에서는 아프리카 수준의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여수도 마찬가지다. 여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거문도와 전국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인 향일암 등 바다를 둘러싼 수려한 경관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바다와 바위 사이에 자리한 쓰레기를 볼 수 있다. 청정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이를 지키려는 주민과 달리, 일시적으로 즐기고 떠나는 낚시객, 등산객, 관광객이 버린 물품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이같은 문제는 관광도시를 표방하는 대부분 지자체가 겪는 보편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정치권 역시 1,200만에 달하는 낚시인 협회를 의식하며 이같은 문제에 손을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200만 낚시인, 무분별한 오염으로 몸살
지금 한국은 제조업과 공업이 주를 이루는 나라가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수천년 전부터 삼면을 둘러싼 바다에서 낚시로 생계를 꾸려왔다.
과거 생계수단이었던 낚시는 이제 즐거움을 추구하는 레져활동으로 변했다. 그러다보니 낚시객이 떠난 자리는 각종 비닐봉지에 담긴 밑밥, 미끼를 담는 플라스틱통 여기에 불을 밝히는 건전지와 라면봉지, 스티로폼 도시락케이스, 연료에 사용되는 부탄가스통, 그것도 모자라 낚은 물고기에 회를 떠서 곁들이는 소주병까지 오만가지 쓰레기로 덮인다.
강풍이 불면 이 모든 쓰레기들은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 깊이 가라앉고 시간이 흐르면 조류에 다시 해안가로 올라와 환경오염으로 미관을 파괴시킨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생소하겠지만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라 수천년 전부터 낚시로 식생활 했을 정도로 낚시는 바로 삶의 생활이었다. 그러나 이제 밑밥이 썩은 자리에 악취가 진동해 해변은 모기와 파리떼로 뒤덮이는 처지가 되었다.
주민들은 갯가에서 해초류를 채취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혹여라도 썩은 밑밥이 장맛철 호우와 태풍에 바다로 흘러 들어갈 경우 거북손, 따개비, 보말, 고둥, 소라, 해삼, 전복 등 각종 어패류와 갑각류까지 오염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정 남해안 주변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환경오염은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실정이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며 청정 여수라는 브랜드 가치를 이루었으나 여수를 방문한 관광객은 오염된 환경에서 실망한다. 지금이라도 빨리 청정 다도해 여수의 깨끗한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어촌지역 주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위하고, 낚시인이 찾는 해역을 되찾으려면 하루속히 국회에 관련법을 개정하고 지자체 조례안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조례안에 아래 사항을 담을 것을 요구한다.
낚시면허제를 시행하라!
먼저 낚시면허제 시행이다. 국내 낚시레저 인구가 1,200만명에 달하는 반면, 의식수준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와 지자체는 낚시 면허증 발급 전 철저한 교육 이수를 원칙으로 하고 위반 시 과태로 부과 및 민형사상 처벌을 원칙으로 하는 강력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면허세 부과로 인한 수익은 낚시터 청소 및 해안가 쓰레기를 청소하는 지역민에게 돌려줘 공공근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이뤄야 한다. 이외에도 세금을 통해 지역 어촌계에 해상 바지선을 지원하여 해상 낚시로 전환할 경우 지역공동체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낚싯배로 갯바위 낚시터를 관리하면 낚시 밑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 소득과 COP환경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낚시용품에 사용되는 모든 생활쓰레기에도 환경세를 별도로 부과하여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바다를 레저인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는 애써 모른 척 해왔다. 이같은 행위가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되돌아와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어민들은 정부에 가장 우선적으로 지역주민 소득과 환경, 세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모두 이루는 해상국립공원 낚시 금지 법안 시행을 강력히 촉구한다.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낚시 면허제는 어민들을 살리고 환경을 구하는 가장 빠른 방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안도 동고지명품마을 김성수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