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일출을 보려는 시민들이 선원동 무선산을 찾았다.
계묘년은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해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1일 일출 예정시간은 7시 35분이었지만 산꼭대기는 오전 7시부터 사람들이 가득했다.
7시가 넘어가자 하늘이 붉은빛을 띄기 시작했고 산 정상에 도착한 등산객이 점점 늘어났다. 한눈에 봐도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무선산을 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해를 기다리며 묵묵히 동쪽을 응시했다. 이윽고 사위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영상촬영을 시작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옆 사람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덧 사방이 훤해졌지만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일출 예정 시간이 가까워오자 모두들 숨죽이고 동쪽을 응시했다.
드디어 하늘이 붉게 물들며 해가 모습을 드러냈고 대화 대신 셔터 소리만 울렸다.
선원동에서 온 50대 이정식 씨는 3년만에 일출을 보러 산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 씨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빌었다. 지난해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올해는 경기가 좋아지길 바란다.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바라는 게 새해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등산객 중에는 무선중학교 2학년 학생 4명도 있었다. 황선욱 군은 “집에서 6시반에 출발해서 30분만에 산에 올랐다. 태양을 보며 4월에 예정된 중간고사를 잘 보게 해달라고 빌었다. 올해는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게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화장동에 사는 60대 김상순 씨는 “남편과 함께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선산을 찾는다. 평소에는 둘레길을 한바퀴 돌고 가는데 오늘은 꼭대기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새해 소망을 묻자 김 씨는 주저 없이 “가족건강이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혼한 큰아이와 취업준비 중인 둘째가 있다. 요즘 취업이 어려운데 노력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데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새해를 맞아 고향을 찾은 대학생도 있었다. 화장동에서 온 20대 제정구 씨는 동네친구 5명과 일출을 보러 왔다. 체육교육과를 전공하는 제 씨는 “산에 오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지난해에는 시험을 준비하느라 바빴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올해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볼 예정인데 실수하지 않기를 빌었다. 교사가 되면 모두가 참여하는 체육수업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죽림에서 온 50대 송효림 씨는 “토끼처럼 건강하게 뛰어다니고 지혜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여수정보과학고 동창생인 24살 김지영, 배수아, 주민서, 김현희 씨도 나란히 일출을 감상했다. 배 씨는 “예정시간보다 태양이 늦게 떠서 그대로 내려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렇게 새해 일출을 보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주 씨는 “작년에는 만성리로 일출을 보러 갔고 올해는 친구들과 산으로 왔다. 둥글게 떠오른 해가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올라왔으면 후회할 뻔했다”면서 “올해는 지금처럼,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싶다”라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등산객들은 태양이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뒤에도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여운을 즐겼다.
여천동바르게살기협의회는 해가 뜨기 훨씬 전인 6시반에 산신제를 지냈다. 이들은 등산객에게 준비한 시루떡을 한 덩이씩 나눠주었다.
산 아래에서는 하산하는 시민들을 위한 떡국 준비에 한창이었다. 여천동바르게살기 부녀회가 3년만에 준비한 떡국 나눔에 시민들은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몸을 데웠다.
15명의 회원들이 준비한 떡국 1천인분이 솥에서 끓고 있었다. 박숙희 부녀회장은 “떡국을 드신 분들이 모두 맛있다고 하시니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으며 이인소 부녀회원은 “우리가 조금만 고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시니까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여수에서는 무선산 외에도 만성리 해수욕장과 향일암, 웅천 이순신공원에 해맞이를 감상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