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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을 괭이질로 채소밭으로 일궜어요

유기농 밭만들기와 채소 씨앗 파종

  • 입력 2023.03.25 07:50
  • 수정 2023.03.25 08:34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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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사에서 구입한 채소 씨앗들과 비트 ⓒ정병진
▲ 종묘사에서 구입한 채소 씨앗들과 비트 ⓒ정병진

오늘 종묘사에 가서 남부지방에서 지금 파종해도 되는 채소 씨앗들(강낭콩, 쑥갓, 대파, 당근)을 샀습니다. 비트 모종도 두 줄(14개) 샀고요. 새로 산 씨앗들을 심으려면 묵정밭을 일궈야 합니다. 동네 어르신이 짓던 밭인데 이제 연로하셔서 농사짓지 않고 방치한 지 벌써 십 년도 더 된 밭입니다.

밭 위에 솟아난 마른 풀들을 걷어낸 곳부터 괭이질을 시작하였습니다. 안 하던 괭이질을 하려니 금방 지쳐 쉬엄쉬엄하였습니다. "관리기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라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다, 관리기 사용하는 사람이 '유기농'은 어찌 하겠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꼭 관리기를 써야 한다면 동네 아저씨들이나 시청 농업기술센터에 부탁해 빌릴 수도 있을 겁니다. 관리기로 밭을 일구면 훨씬 편하겠지요. 하지만 편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차라리 수고스런 농사를 안 짓는 게 나을 겁니다.

마른 잡풀을 지난주 먼저 제거해 둔 상태의 밭을 괭이질하는 건 그래도 할 만하였습니다. 오늘 가장 힘든 작업은 잡풀이 우거진 묵정밭을 새로 일구는 일이었습니다. 잡풀이 자잘한 크기라면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조금만 닿아도 옷에 여기저기 달라붙는 '옷도둑'이란 풀이 곳곳에 있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습니다.

▲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던 묵정밭 ⓒ정병진
▲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던 묵정밭 ⓒ정병진
▲ 대파와 쑥갓을 심은 밭 ⓒ정병진
▲ 대파와 쑥갓을 심은 밭 ⓒ정병진

'눈이 게으르다'는 말처럼, "이 너른 곳을 어찌 다 밭으로 만들꼬!" 이런 생각을 하며 갈퀴질과 괭이질을 두어 시간 하였습니다. 쇠갈퀴로 먼저 잡풀과 돌멩이 따위를 걷어낸 뒤 괭이질을 하는 순서였습니다.

괭이질로 딱딱한 땅을 부드럽게 만든 또 다시 다음 풀들을 쇠갈퀴로 걷어내었습니다. 혹시나 흙속에 풀들이 묻혀 있으면 조금 지난 뒤 금세 삐져나오기에 숨은 풀들까지 찾아내느라 쇠갈퀴질을 세 차례쯤 하였습니다. 그런 뒤에야 밭다운 밭의 모습으로 바뀌더군요.

지난번 잡풀을 걷어내는 작업을 해둔 밭은 괭이질을 한 다음 그곳에 비트 모종과 대파 씨앗을 심었습니다. 작년에는 옥수수를 심었던 밭인데 올해는 옥수수보다는 가정 식탁에 자주 필요한 쌈채소인 쑥갓과 대파, 비트를 심었습니다. 옥수수는 따로 밭을 더 일궈서 심을 생각입니다.

▲ 묵정밭을 일궈 만든 당근밭 ⓒ정병진
▲ 묵정밭을 일궈 만든 당근밭 ⓒ정병진

묵정밭을 새로 일군 곳에는 당근 씨앗을 넣었습니다. 당근은 물빠짐이 좋아야 하고 흙도 부드러워야 밑이 튼실하게 잘 들더군요. 거름도 넣어 줘야 합니다. 거름이 많이 부족한 편인데 우리집 닭장의 닭똥 거름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고자 합니다. 닭이 다섯 마리에 불과해서 닭똥이 많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모을 계획입니다. 또 음식물 쓰레기로 만드는 퇴비도 있습니다. 

모름지기 농사는 풀들을 잘 달래며 해야 합니다. 비닐 멀칭을 하지 않는 농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작년까지는 잔디 깎는 예초기로 풀을 깎으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충전식이라 전력이 약해 자고나면 무섭게 자라는 풀들을 상대하긴 힘에 부칩니다.

▲ 빨간 완두콩을 심은 자리  ⓒ정병진
▲ 빨간 완두콩을 심은 자리 ⓒ정병진

하지만 작년 말에 새로 얻은 예초기가 있기에 이제는 큰 염려는 없습니다. 다만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써야겠지요. '저 너른 묵정밭을 언제 일구나!" 하면서 걱정했는데 어느덧 밭 만들기 작업이 끝났고 비트, 대파, 쑥갓, 당근, 완두콩 씨앗 파종까지 마쳤습니다.

이번 당근 씨앗은 꽤 굵었습니다. 심으면 대부분 돋아나기에 간격을 잘 벌려 심었습니다. 강낭콩은 밭 가장자리나 나무 무더기 주변에 심었습니다. 그러고도 강낭콩, 쑥갓씨, 당근씨, 대파씨가 남았습니다. 남은 씨앗들도 여력이 되면 또 밭을 더 만들어 심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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