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가 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56차 위원회에서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Ⅱ)’ 237건을 포함한 288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Ⅱ)’의 신청인 237명은 영‧유아‧아동이었던 1960년부터 1990년경까지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친생부모가 있었음에도 유괴 등 범죄피해나 친생부모 동의 없는 입양이 이루어졌고, 고아로 서류가 조작돼 본래의 신원 및 친생 가족에 대한 정보가 변동‧유실되는 등 UN아동권리협약 상 ‘정체성을 알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특히 신청인 중 대다수가 기록 조작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다수의 신청인들은 입양 과정 중 수용됐던 시설이나 양부모 등에 의한 학대 피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인 중 일부가 이미 제출한 자료를 통해 친생부모에 대한 정보가 있음에도 고아로 서류가 조작된 것이 확인돼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해외입양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시작되어 고아입양특례법(1961), 입양특례법(1976) 등에 따라 보건사회부 장관이 허가‧감독한 입양알선기관이 실시해왔다.
이러한 입양 과정에서 불법행위 및 아동‧친생부모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입양 수령국인 네덜란드의 국가조사위원회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스웨덴‧덴마크의 경우 현재 관련 부처 산하 위원회에서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조사개시 결정은 지난해 12월 6일 1차로 34건을 조사개시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사개시 결정이다.
청소년 순화교육 사건 3건 … 순화교육 과정 등 인권침해 조사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중고생들이 1981년 상반기 아산충무수련원과 경주화랑교육원, 1983년 강화호국교육원에 강제로 입소해, 강제 군사훈련을 받고 교관(군인)으로부터 폭행 등을 당한 ‘청소년 순화교육 사건’ 3건에 대해서도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들이 학생들의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 침해 등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와 관련이 있어, 순화교육을 실시한 배경과 절차, 실시 프로그램, 실시 과정에서 참여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실시 이후 참여자들 피해 등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9월 조사개시를 결정한 ‘화랑교육대 사건’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판단해 병합 처리하고, 사건명도 ‘중고생 순화교육 사건’으로 변경해 조사할 예정이다.
1980년대 청소년 순화교육은 1980년 8월 4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가 ‘사회악일소 특별조치’를 발표하고, 사회정화운동 차원에서 고등학생을 포함해 삼청교육을 실시했다.
1981년 문교부(교육부)는 학교정화운동 차원에서 시도교육위원회에서 문제학생으로 보고된 1천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순화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진실화해위원회는 항일독립운동과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에 대해서도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고성우의 항일독립운동’은 진실규명대상자가 일제강점기 개량서당인 노화충도학원을 설립하여 교육계몽운동과 항일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노화청년회 활동과 노화충도학원을 설립한 사실이 동아일보 등 신문자료에서 확인됨에 따라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전북 고창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은 진실규명대상자가 한국전쟁 직전 고창지역에서 남로당 등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된 ‘고창지역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과 유사하게 희생되었을 개연성이 있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진실화해위원회는 울산과 전북 정읍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서울지역 및 경북 구미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도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또한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사북사건, 납북귀환어부 사건, 3·15의거 시위 참여 및 진상규명 4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이번 조사개시는 2021년 5월 27일 첫 조사개시 결정 이후 마흔일곱 번째 결정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독립된 정부 조사기관이다. 항일독립운동과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기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3·15의거 사건, 그밖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을 조사해 국가에 후속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