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딸은 전화 좀 자주 해주면 좋겠다.”
어느 해 설이던가, 워낙에 무심한 큰딸,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화를 잘하지 않는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하라는 아빠의 당부 말씀이었다.
‘타 지역도 아니고 같은 여수에 살면서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직장 생활에 살림까지 바쁘게 사는 딸한테 무슨 전화까지 자주 하라는 거지?’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시부모님껜 예의상 안부 전화를 하면서 정작 나를 낳아준 내 부모한테 전화 한 통이 무에 그리 어려웠을까?
내 자식들이 자라서 소소한 일상 얘기들을 덜하게 되고, 이제는 부모보다 그들의 삶이 더 중요한 아이들을 보며 아빠의 그 마음이 가슴으로 이해된다.
돌아가신 지 4년째 차마 지우지 못한 아빠의 전화번호! 아빠의 전화번호가 남아 있을까? 누군가 그 번호를 사용하고 있을까?
그리운 마음에 전화기를 만지다 가만히 눌러본다. 신호가 간다. 그러나 받는 이가 없다. 남겨진 자식은 그토록 무심했던, 아니 다정한 표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나를 또 꾸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