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떨리기 전에 떠나자’는 친구들과 최근 00투어 여행사 패키지로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다낭은 베트남 남중부 지방의 최대 상업도시이자 항구도시다. 베트남 지형은 꽃다발에 리본을 아주 길게 맨 모양새다. 북위 17도선 아래로 내려가면 리본이 두꺼워지면서 대지를 감싸듯이 끝이 둥글게 말려 있다.
우리나라 기후는 4계절로 구분되지만, 다낭은 우기․건기 2계절로 나뉘는 열대온순 기후로 2~3월이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다낭을 왔다면 필수 여행코스인 바나힐을 뺴놓을 수 없다. 바나힐은 다낭 서쪽의 안남산맥에 위치한 리조트로 길이 5.8km가 넘는 케이블카를 타고 편도 20분 정도 올라가야 된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논스톱 단일 트랙 케이블카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고 한다.
바나힐 리조트는 1919년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이 기획하고, 다낭 민초들의 노동력을 강제 징발해서 만들어졌다. 식민지 시대 프랑스인들이 즐겨 찾던 휴양지였다. 다낭은 67년 동안이나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고 1954년 독립했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슬픔이 있다’는 말처럼 바나힐은 식민지 시대 다낭 민초들의 슬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그 당시 노동자들은 무거운 건축자재를 짊어지고 높고 험한 산속을 올라가야 했다. 식민지 지배계급의 쾌락을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뼈 빠지게 고생했다. 노역에 시달려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다낭 사람들의 희생으로 건설된 바나힐 휴양지는 지금은 세계 유명 관광지가 됐다. 바나힐은 해발 1487m 고산으로 해안지역보다 기온이 10~15℃ 낮다. 시원한 기후 덕분에 여름 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바나힐 날씨는 변덕스럽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케이블카 타러 가려면 긴 회랑을 통과해야 한다. 회랑 처마 밑 양 옆에는 빨강, 노랑 등 여러 색상으로 만든 중국풍의 연등으로 장식됐다. 회랑 밖에는 눈부신 초록 나뭇잎들이 시원하게 흔들리고, 긴 연못에는 화려한 비단잉어들이 여유 있게 노닐고 있었다. 우리는 중국인들이 몰려들기 전에 도착하려고 빠르게 걸었다.
우리가 케이블카를 타고 조금 올라가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가 커튼처럼 드리워 창밖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울창한 푸른 숲이 언뜻 보일 뿐, 안개 속 작은 공간에 갇힌 기분이었다. 멀미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순방향 가운데에 앉혀서 안정감을 갖게 했다.
길이 150m, 넓이 12.8m 골든브릿지에 도착했을 땐 안개가 조금 걷혔다. 2018년 오픈한 골든브릿지는 황금색 띠를 잡고 있는 신의 손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잿빛의 거대한 손은 돌로 만든 조각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손 모양은 유리섬유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튼튼한 구조라고 한다. 회색 빛 하늘 아래 양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황금색 다리 위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부처님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형국이었다.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은 골든브릿지에서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우리도 남들에게 뒤질세라 ‘찰칵 찰칵’ 휴대폰 카메라에 순간의 시간들을 담았다.
바나힐 테마파크는 19세기 프랑스 고성으로 꾸며진 작은 마을과 지하 판타지파크의 놀이공원 등 놀고, 즐길 거리가 많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장소였다. 아름다운 꽃들로 꾸며진 정원과 매시간 마다 진행되는 이벤트와 공연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가 광장 무대 앞에 갔을 때 무희들이 캉캉춤을 추고 있었다. 캉캉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물랭루즈를 근거로 뮤지컬 쇼 등에 등장하여 파리의 명물이 된 춤이다. 우리는 무희들의 경쾌한 캉캉 춤을 즐겼다. 공연이 끝나자 무희들은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도록 자연스런 포즈를 취해 주는 등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다.
잠시 달콤하고 시원한 망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었다. 뾰족뾰족한 지붕을 가진 유럽풍 마을을 사진 배경으로 하여, 광장 분수대 앞에서 황금색 지구본과 함께 인증샷도 남겼다. 베트남 전통불교를 느낄 수 있는 사원인 린응사와 성당이 있는 광장은 동서양의 종교 시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여행자들은 새롭고 즐거운 체험에 시간과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마을을 거닐며 우리의 기억 속에 프랑스 마을을 차곡차곡 담았다. 다낭은 베트남그룹 썬월드의 개발과 세계에서 몰려오는 여행자들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