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씨가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 ‘핵 개인’ 이란 책을 발간해 폭풍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결혼에 대한 ‘핵 개인주의’는 처녀 총각한테 결혼 의사 조차도 물어보지 못하는 불문율로 정해져 있다. 물어보면 큰 실례이다. 관심의 범위 내에서도 점점 멀어지는 추세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결혼 안 한다는 것은 집안 망신이었다. 시골에서는 어느 집안 무슨 성을 가지면 양반이란 미명하에 아무것도 보지 않고 결혼하는 시대도 있었다.
소위 말해 양반을 뜯어먹고 살았던 시대였다. 양반을 사고팔기도 했다. 인도는 지금도 카스트제도가 수천 년을 내려온 인도 특유의 신분제도가 존재한다. 조선시대에도 양반이라는 귀족제도가 있었다.
5~6십년 전만해도 양반 집안끼리 혼사를 한 적이 있었다. 동네 웃어른들이 만나서 서로 결정하면 끝이었다. 그리고는 사성(혼인이 정해진 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신랑의 사주를 적어서 보내는 종이) 날짜를 주고받으면 혼인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처녀 총각은 만나 보지도 않은 채 그 집안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환경도 모른 채 심지어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아도 사성에 적혀진 날짜에 결혼식을 했다. 파혼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대였다.
만약 한쪽에서 혼사를 반대하면 그 집안은 상놈 짓을 한다고 비난을 받았다.
거의가 어른들 선에서 끝이 났다. 선도 나이도 직장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였다.
결혼식 첫날밤에야 상대방 얼굴을 본다. 결혼식이 끝난 저녁에는 ‘상방지기’가 벌어져 야단법석이 났다. ‘상방지기’는 결혼식 직후 신방에서 벌어지는 첫날밤 행사(?)를 보기 위해 처녀총각이 문구멍을 뚫어 몰래 들여다 보는 것을 말한다. 신방에는 필히 병풍을 치고, 이리저리 가리어 가면서 옷고름을 풀고 작전을 시도한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평생 부부가 된다. 여자들은 출가외인이 되어 그때부터 친정도 마음대로 못 드나들었다. 시집에 대한 불만은 자존감과 연결되어 누구한테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고 고생하면서 살아도 친정에 까지도 말하지 않는다. 칠거지악에 들어가는 행동을 하면 시집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 아이들 낳고 증조부모까지 모시고 살았다. 시부모는 당연하고, 6촌까지도 한집에 살았던 사례도 있었다. 식솔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렇게 아이 낳고 층층시하 시댁 식구 모시고, 권위적인 시대에 인생 일대기를 지냈다. 그렇게 살아도 참고 살았다. 내 팔자이려니 하고 살았다. 오직 시부모 봉양하고 자녀 키우고 얻어먹기 위해 살아온 일생인 것 같았다.
부모들은 자신이 고생한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고 자녀들을 도시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근검절약과 피눈물 나는 고생을 하고,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서 자녀를 우골탑에 겨우 입성시킨다.
그때부터는 내가 잘 나서 우골탑에 간 줄 안다. 부모의 희생은 안중에도 없다. 그 시대에 맞게 살려고 분에 넘치는 언행을 하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세련된 부잣집 여성을 만나게 되고 성장 과정이 전혀 다른 사람이 합해서 살게 된다.
거기서 3대가 태어나면서부터 금성에서 온 가족과 화성에서 온 가족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또 일가가 탄생한다. 그림이 그럴듯하게 그려져, 이제 삼대의 가족 형태가 이루어진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가족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기싸움이 시작된다.
부모와 자녀의 배우자, 조손, 이렇게 다른 세대끼리 겪어보지 못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개인이 서로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른의 말발은 서지 않고 서로 다른 생각이 녹아서 위계질서도 없어지고,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권위가 창조되고, 효도의 종말과 가족이란 붕괴, AI 최적화 시스템 속에서 기존의 존재가 아닌, 새로운 개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 예견되는 시대,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너무나 달라진 디지털 환경의 손자들을 보면서 당황하기 일쑤이다. 문화의 척도가 다른 손자를 이해하려면 그 환경에 들어가 소통하기 전에는 조부모는 씁쓸해진다.
이 시대의 모든 환경을 빨리 이해하고 적응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오랜만에 만난 자녀와 손자한테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친밀감을 유지 할 수 있다.
이제 여러 명의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과 다른 취향을 갖고 한 지붕 밑에 살고 있는 시대이다.
핵 개인 시대를 맞이한 어르신들이 준비해야 할 대안은 뭘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태도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