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민협 사무실에서는 '시민의회,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시민강좌가 열렸다. 지난 2월 10일이다.
여수 시민의회추진위 이현종 대표가 강연에 나선 강좌에는 3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이현종 대표는 "동학혁명,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 응원봉혁명이 있었는데 피땀 흘려 이룬 혁명은 왜 거듭 좌절 되는가? 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한계에 봉착한 선거식 대의 민주주의가 아닌 새로운 모범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첨식 시민의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지금 필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이라 했다. 선거법을 바꾸고 국민소환권을 만들고 국민발안권 등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어 주면 좋은데, 또 세상이 많이 바뀔 텐데 왜 국회는 그런 법을 만들지 않는지 반문했다.
이현종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만 바뀌면, 정권만 바뀌면 좋은 세상이 올까요?"
"아니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지난번 박근혜 탄핵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왜 집회에 나갑니까?"
"그거라도 해야죠. 다른 방법이 있나요?"
"있습니다! 바로 제도를 바꾸면 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여러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의회'를 통해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점
지금의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엘리트 정치인들이 선거만 끝나면 국민들이 직면한 인구위기, 기후위기, 지역갈등, 양극화, 일자리 등은 외면한다. 특권을 누리며 정파싸움이나 하고 있어 국민들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국민주권이 반영되는 '시민의회' 이러한 제도가 꼭 도입되어야 한다.
시민의회는 어떻게 구성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시민의회란 연령 성 직업 지역 등으로 균형을 맞춰 추첨된 시민이 토론과 숙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정부나 의회에 권고하거나 입법화하는 기구다. 확대된 배심원제와도 유사하다. 이현종 대표는 "시민의회가 정치 퇴행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회는 추첨제라서 정당의 이해관계, 계파, 재벌, 자리보존 등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에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시민 의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시민의회는 임기가 짧다. 그리고 토론과 숙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므로 집단지성이 발휘될 뿐 개인적인 특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유럽 지역에서는 아일랜드에서 제도화 되어 대부분 국가로 확산되었다. 그 외에도 캐나다 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의회가 21세기 민주주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4.19, 5.18, 6월항쟁, 촛불혁명 등 위대한 혁명이 있었고 이로 인해 외국의 부러움을 받은 나라다. 지금은 정치인들의 소양에 의지해 개혁을 기대할 시절은 끝났다 본다. 이제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주권을 지키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촛불로 이룬 민주주의가 다시 붕괴 되는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시민의회'가 그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제왕적인 대통령제가 아닌 당선자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능력, 당선자의 선행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제도 중 한 가지가 '시민의회'라고 이현종 대표는 다시 한번 강조 했다.
국가단위뿐 아니라, 지역단위에서도 '시민의회'는 필요하다
이현종 대표는 강연을 마치며 '시민의회'를 지역 문제에도 접목 시킬 수 있다고 했다. 상포지구,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장소선정, 시청사 신증축, 사택부지 전용문제 등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토론하고 숙의해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매번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도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국민들이 추운 겨울날 찬바람을 맞아가며 차가운 아스팔트에 앉아 '윤석열 퇴진' '탄핵인용'을 죽어라 외쳐서 정권이 교체되면 좋은 세상이 저절로 올까? 다음 정권은 자신들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국민들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할까? 그래서 빈부 격차가 줄어들고,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는 계획을 마음 놓고 세울 수 있을까?
시민포럼에서 들었던 '시민의회'가 국민적 지지를 받아 빠른 시일 내에 실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