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론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자신만의 서사가 담긴 인생 스토리가 있을 것
둘째 시대정신에 대한 비젼을 명확히 제시할 것
셋째 조직을 이끌 강력한 리더쉽을 갖출 것
보수가 집권한 이후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오는 6월 3일은 21대 대통령 선거날로 24일 기준 D-40일 앞으로 다가왔다.
D-40일! 준비된 대통령의 자질
이번 선거는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사태로 촉발된 선거인 만큼 독재냐? 민주주의냐?가 표심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번 만큼은 내란세력과 보수·진보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할 대통령 자질 만큼은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작금의 탄핵사태에 과연 준비된 대통령의 자질은 어느 후보가 갖췄을까?
18대 대선에 출마해 패배한 문재인 후보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되며 또다시 대권에 도전했다. 당시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쓴책 문재인의 <운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그는 운명처럼 대통령에 당선됐다.
20대 대선에서 0.73% 약 24만표 차이로 낙선한 이재명 후보는 검찰출신 윤석열 정권에서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검찰 특수부의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먼지털이식 사법리스크에 이어 두 번째 이재명 피습사건으로 불리는 '식칼테러'를 당했다. 다행히 천운으로 칼끝이 목을 지나는 경동맥을 약 1mm 비켜 가면서 그는 기적처럼 살아났다. 결국 윤석열은 군을 동원한 비상계엄령으로 내란을 일으켜 이재명과 주요 정치인들을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치 불사신처럼 살아난 그가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걸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이말이 아닐까 싶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의 말이 소름 끼치도록 와닿았다. 5·18 광주의 계엄이라는 과거가 12·3 비상계엄이라는 현재를 도운 것.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 것이다. (31p)
이번 대선에 두 번째 도전장을 낸 이재명 예비후보는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출간했다.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오마이북에서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철학이 담긴 이 책은 지난 15일 출간돼 교보문고 실시간 판매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기 때문에 향후 선거 판세가 기대된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2025년 4월 4일 헌재의 파면 선고까지 이재명 후보가 직접 겪은 숨가빴던 순간들의 ‘막전막후’ 사연들이 생생히 담겼다.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다만 검찰로부터 수많은 사법리스크를 당한 직접 당사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국민들의 첫 번째 요구인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난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실리지 않은 건 옥에 티다.
12.3 내란사태...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 것!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로 달려가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된 이유, 국회 담을 넘고 본회의장으로 진입하기까지 숨 막혔던 순간들, 비상계엄 해제안 가결, 미국의 오판을 막기 위한 물밑 접촉,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후 ‘응원봉 집회’에서 흘린 이재명의 눈물은 계엄을 목도하고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시민들이라면 더큰 울림을 준다.
2024년 1월 예상치 못한 피습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기적의 확률로 살아난 ‘소년공’ 출신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역경, 당대표직에 대한 소회도 담담히 드러낸다. 그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나는 주요 연설 때마다 이 말을 해왔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런 믿음이 없었다면, 가혹하고 엄혹한 현실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도 국민은 위대하고, 역사는 사필귀정으로 진행되어왔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어떻게 내가 이 참혹한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겠는가. (160p)
5.18민주항쟁에 대해 잘못된 보도를 접하고 자신은 일베짓을 했다고 커밍아웃한 이재명 대표는 “‘오월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내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라며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 어머니는 따로 계시지만, 나를 반성하고 개선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태어나게 만들어준 사회적 어머니는 ‘광주’였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사태를 겪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목숨을 내놓고 민주주의를 지킨
1980년 광주의 시민들이 있었기에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로 향하는
장갑차 앞을 가로막은 시민들이 가능했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이렇게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참으로 위대하다. (31p)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민주당의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측의 ‘불법 비상계엄’ 공식입장을 이끌어 내려 치열한 ‘물밑 작업'을 했던 사연도 털어놨다. 이 대표가 그런 판단을 한 이유는 1980년 ‘오월 광주’ 때의 상황이 반면교사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당시 전두환 세력의 쿠데타를 결과적으로 용인해준 셈이었고, 이후 한국 내의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도 1980년 광주처럼 오판을 한다면 그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지미파 위성락 의원에게 명확한 지침을 내려 빠른 시간내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명확한 논조의 미국 정부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권력이 나를 죽이려고 할 때, 국민을 믿었다"
결국 12월 3일 오후 11시 59분 미국 백악관의 첫 반응이 나왔다. 이어 4일 오전 1시 31분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을 중대한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 법치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49~50p)
이재명 예비후보는 윤정권이 비상계엄과 내란을 벌일 것이란 징후를 오래전부터 눈치챘다고 털어놨다. 차곡차곡 쌓인 첩보와 정보들을 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을 벌이고 있다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윤석열의 내란사태 예측은 적중했다.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A~F’ 실행 전략도 세웠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을 강조한 그는 “2025년 대한민국은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다“며 ”우리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 새로운 성장산업 부흥 전략을 A(AI 첨단기술 산업)부터 F(Factory 제조업 부활)까지 제시한다. 그러면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하는 대전환의 위기는 기회“라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마지막으로 “국민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겠는가?“라며 “권력이 나를 죽이려고 할 때도 나는 국민을 믿었다. 결국 국민의 집단지성은 작동한다”라며 “민주당이 주권자의 충직한 도구로 거듭나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다. 다시 찾아온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에 기꺼이 함께하겠다“라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