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마음으로 인천공항을 떠난 지 13시간, 체코 프라하 공항에 도착 했다. 5월 13일부터 21일까지 계획한 동부유럽 여행 일정 중 체코에서 맞이한 첫날, 특별한 풍경과 기억을 마주했다.
긴 비행 끝에 프라하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남동부 도시 브르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지친 몸과 마음을 감싼 것은 창밖의 싱그러운 전원 풍경이었다.
노랗게 물든 유채꽃밭과 초록빛으로 물결치는 밀밭이 끝없이 펼쳐졌고, 간간이 자작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봄의 향기를 더했다. 고층 건물도, 공장도 보이지 않는 수평의 풍경은 마치 '산이 없는 스위스'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저녁 7시가 넘어도 해는 여전히 하늘에 머물러 있었고, 밤 9시가 가까워지며 서서히 연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유럽의 긴 해는 시간의 감각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다.
프라하에 내리며 15년 전 아이들과 함께했던 첫 체코 여행을 떠올렸다. 그땐 도심만을 스쳐 지났지만, 이번에는 도시 너머의 자연과 함께 프라하의 전경을 넉넉히 바라볼 수 있었다.
브르노를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화물차 행렬은 또 하나의 기억을 불러냈다. 15년 전 베이징 외곽 고속도로에서 마주했던 풍경과 닮아 있었다. 낯선 체코의 길 위에서 문득 마주한 익숙한 장면은 여행자의 마음에 묘한 향수와 이질감을 동시에 남겼다.
부르노 숙소 도착후 근처 골목을 산책하며 만난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을 마주하며 순간 서울의 거리 어딘가에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호기심에 사람 없는 뒷골목을 돌아다니던 중 떠오른 옛 기억, 과거 프라하 뒷골목에서 가짜 경찰을 만나 협박 당했던 일이 떠오르며 순간 불안이 엄습했고, 우리는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일을 아이들과 메시지로 나누자, 반응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기억은 무섭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가 된다.
여행의 첫날은 노랑과 연초록, 빛과 기억, 그리고 함께 걷는 사람과 나눈 풍경들로 채워졌다.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길 위에서, 우리 부부는 새로운 추억의 첫 장을 써 내려갔다.
노랑과 연초록이 들판에 가득 펼쳐진 , 마음이 뻥 뚫리는 감탄을 연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5월의 체코 프라하에서 부르노까지의 고속도로 여행을 추천한다.
